[전남일보]기고·염권철>‘광주다움 통합돌봄’ 다른 이름 ‘내 가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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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염권철>‘광주다움 통합돌봄’ 다른 이름 ‘내 가족처럼’
염권철 전 담양군보건소장
  • 입력 : 2023. 12.18(월) 13:26
염권철 전 소장
2022년 8월 경기 수원의 한 연립주택에 세 들어 살던 세 모녀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평소 지병으로 힘들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사는 곳을 옮겼지만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더욱이 생계급여와 긴급지원 같은 복지 서비스를 상담한 적도 없다.

이러다 보니 ‘신청주의’에 기반한 복지 시스템은 무용지물이었다. ‘기다리는 복지 서비스’ 맹점이 드러났다. 세 모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국가는 기댈 언덕이 되어주지 못했다. 어디 딱한 사정이 이뿐이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할 때 병원과 요양 시설이 아니라 살던 집에서 가족, 이웃과 함께 지낼 수는 없을까? 광주광역시는 근본 해법을 찾아 나섰다.

광주시는 4월부터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전체 97개 동에서 실행 중이다. 눈에 띄는 점은 세 가지다. 첫째, ‘광주돌봄’을 새로 만들었다. 가사·식사·동행·건강·안전지원, 주거편의와 일시보호 같은 7개 분야다. 둘째, 은둔과 고립 가구는 미리 찾아서 필요한 서비스를 한다. 셋째, 계획은 행정이 하고 서비스는 민간 전문기관 38곳이 맡는 구조다. 결국 통합돌봄은 ‘돌봄에 돌봄’을 더했다. 기존 돌봄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약자 복지 정책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돌봄이 필요할 때 ‘돌봄콜’(1660-2642)에 전화하면 된다. 그러면 동(洞) 행정복지센터 담당자가 신청자 가정을 방문한 후 필요한 서비스를 정한다. 이어 전문인력이 대상자가 사는 집에서 돌봄서비스를 한다. 시행 8개월 만에 23,000건의 의무 방문과 신청을 받아 8,800명을 돌봤다고 한다. 손뼉 칠만하다. 민선 8기 대표 복지시책이 어려운 시민 삶에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편 시작 단계라서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보건의료와 복지돌봄 협업에 소통이 더 필요하다. 현장 경험이 부족해 적절한 대응이 아쉽다. 대상자·인력·예산 같은 복지서비스 총량 파악이 어렵다.’ 등등이 가로막고 있을 것이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다. 시와 5개 구청이 현장 과제를 찾고 또 찾는 게 먼저다. 그 다음 리더는 내 일처럼 여기고 나선다. 애로사항 반(半)은 해결될 것이다.

담당자 사기를 북돋아 주는 일이 중요하다. 담당자는 돌봄 체계를 만들며 돌봄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상자 욕구에 맞춰 감성노동과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 돌봄 정책의 실효성 여부는 이들 손에 달렸다. 그런 까닭에 담당자가 만족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와 예산 지원, 참여자 협업, 고충 같은 일에 공감하고 지원해야 한다.

통합돌봄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내 가족처럼’이 아닐까 ? 남을 내 가족처럼 보듬는 일은 쉬우면서 못하고, 단순하지만 어렵다. 상대방 말과 심정을 잘 듣고, 그 입장에 서게 되면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돌봄 대상자를 내 가족처럼 대하는 마음, 도움이 절실한 분들과 함께 가는 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양한 복지정책은 앞에서부터 있었다. 무엇이라 불렀던 열쇳말은 ‘변화’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일, 바로 행정의 몫이다. 오늘도 약자 복지를 앞서 고민하는 담당자모두에게 진심으로 애쓴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울러 여느 복지 정책보다 넓고 두터운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