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자연 재료로 빚어낸 공예예술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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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온전한 자연 재료로 빚어낸 공예예술의 미학
21일까지 예술공간 집 기획전
고보경·김설아·김전욱 등 6인
공예예술·드로잉 50여점 선봬
  • 입력 : 2023. 12.19(화) 17:06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 동구에 있는 갤러리 예술공간 집에서 공예 전시 ‘온전한 밀도’가 21일까지 열린다. 예술공간 집 제공
가장 온전한 자연의 재료들로 빚어낸 공예예술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광주 동구 갤러리 예술공간 집은 ‘위드아워핸즈(With Our Hands)’와 함께 기획한 전시 ‘온전한 밀도’를 오는 21일까지 연다. 고보경(섬유), 김설아(현대미술), 김전욱(목공예), 백아란(섬유), 신민석(목공예), 이치헌(도자) 등 6인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를 통해 예술의 가치와 기물이 가진 쓸모를 동시에 보여준다. 작은 찻잔부터 달항아리, 거대한 의자 등 공예와 순수미술 접점에 있는 작품 50여점이 전시된다. 작품이 가진 멋스러움은 1967년 만들어진 한옥집 예술공간 집과 만나 깊은 미학을 보여준다.

고보경 작가는 한 가닥의 실로부터 시작된 부드러운 조각을 만들어낸다. 한 가닥의 가느다란 실과 바늘이 맺은 촘촘한 연결고리는 끝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가느다란 실들은 촘촘히 공기와 빛을 함께 머금고 면을 만들어 낸다. 기물(병·그릇 등)을 감싸며 만들어 낸 섬세한 실과 바늘의 행적이 돋보인다.

김설아 작가는 이번 전시에 드로잉 작품과 프린트 에디션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것들의 움직임, 혹은 소리를 탐색하여 언어화할 수 없는 작은 목소리를 지닌 대상을 환유적 상상력으로 소환한다. 김설아 작가 의도처럼 섬세한 선들이 자아낸 형상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생명체와도 같이 인식된다.

지리산 구례의 자연 아래에서 목기와 가구를 만드는 김전욱 작가는 ‘나무’를 주재료로 다양한 것들을 만든다. ‘거믄목기’로 불리는 목기들은 통나무를 깎아 다듬고 불에 태우고, 토종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을 큰 용기에 넣어 함께 끓여내는 삼투압 방식으로 제작됐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사찰 목공예 기술인 ‘밀랍 담금’ 기법을 계승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구유, 제주 함지박 등을 재가공한 의자 등 ‘거믄목기’ 외에 다양한 형상의 의자들을 선보인다. 나무 결과 형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백아란 작가는 섬유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따뜻함과 유연함을 ‘이어짐’, ‘엮어짐’의 형상으로 이미지화 한다. 이를 빗대어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신민석 작가는 목공예를 기본으로 하는 가구디자이너로 어릴 적 향수로부터 기인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어머니와 외할머니 생활 소품이나 도구들을 장난감 삼아 놀던 기억들이 모티브가 돼 많은 이들과 기억을 공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태의 스툴을 보여준다. 단단한 나무 결과 아름다운 색은 한옥집의 나무들과 어우러짐을 선사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보이는 이치헌 작가 달항아리들은 전시장 바닥에 놓여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무한 변주되는 백색 달항아리와 기물들은 전시장 벽면과 테이블 위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자연을 닮고자 한 작가의 손길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위드아워핸즈’는 문화현장에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정유진 대표가 이끄는 브랜드다. 현대 공예작가 실용적인 기물이자 미술적 가치를 지닌 조형물인 공예 작품을 큐레이팅 해 소개하고 판매한다. 갤러리를 비롯한 공간과 협업을 통해 한국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