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정동>한해를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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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정동>한해를 보내면서
김정동 수필가·시인
  • 입력 : 2023. 12.21(목) 12:42
김정동 수필가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서산에 꼬리를 감추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즐거웠던 일, 슬펐던 일 등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이 드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룬 것은 없고 그저 허한 마음 뿐, 나이만 한살 더 먹어가니 그럴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에는 연말이면 친구들과 시내를 쏘다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더 어릴 적 이맘때는 뒷동산에서 나무를 잘라다가 팽이를 깎거나 시누대를 얇게 쪼개어 창호지를 붙여 방패연을 만들고 시냇가에서 얼음을 지치느라 한나절을 보냈었다.

세월이 백구과극(白駒過隙), 흰 송아지가 지나가는 것이 문틈으로 보이듯이 인생이란 순식간에 흘러간다고 했다. 이제 거의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고 보니 한해를 보내면서 온갖 회한이 다 든다. 인간이란 삶에 속고 속으면서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은 옛 사람이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선생의 “한해를 보내며”라는 시가 생각난다.

一生心疏懶 일생심소라

每於除夕悲 매어제석비

長懷除夕心 장회제석심

新年好人爲 신년호인위

평생 마음이 게으르기에

매번 섣달그믐이 슬퍼진다네

늘 그믐날에 이 마음 품는다면

새해에는 좋은 사람 될수 있건만

(歲時雜詠 세시잡영 에서)

이덕무 선생은 제야(除夜)의 밤을 반성의 시간으로 삼았다. 21세 때 한 해를 전송하는 글 전신사서(餞辛巳序)에서 “묻노니 오늘밤은 어떠한 밤인가. 어린 아이들의 기쁨은 크겠지만, 사실 해를 더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해를 줄이는 것이니 늙어가는 회포가 적지 않다. 마치 천리 먼곳에 벗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마음이 슬프다. 푸른 촛불의 그림자가 바야흐로 길기만 하구나”라고 탄식했다. 또 ‘갑신제석기(甲申除夕記)에서는 그해 9월 9일부터 섣달그믐까지 100여 일 동안에 공부한 것을 돌아보면서 그 공과를 기록하고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으며 편안히 있으면서도 가르침이 없으면 바로 짐승에 가깝다.” “하루를 독서하지 아니하면 털구멍이 모두 막힌다.”는 옛말을 든 다음 성실하게 공부하지 못한 자신을 돌보았다.

게으른 사람은 섣달그믐이 바쁘고 후회스런 법이다. 그래도 섣달그믐에 후회했던 마음을 신년에 그대로 유지 할 수만 있다면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이덕무의 벗 박지원(朴趾源)은 설날 아침 거울을 보고 ‘두어 올 검은 수염 갑자기 돋았지만 육척의 신장은 조금도 자라지 않았네. 거울 속 얼굴은 해를 따라 달라지건만, 자라지 못한 마음은 지난해나 그대로 일세라고 하였다. 외모는 세월을 따라 늙어가는데도 마음이 그에 맞게 성숙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오늘 묶어둔 끈이 내일이면 다시 헐렁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을 반성해 보고 우리 주위의 불우 이웃이나 저소득층을 살펴보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가오는 2024년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다. 민생을 살피는 국회, 특히나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 보지도 못하고 좌절하고 있는 청년실업은 해결 되어야 할 선결 문제이다. 우선 취업이 되어야 결혼을 하고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출산율에는 소득, 주거, 경쟁, 교육, 사회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출산 대책은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