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정다은>5·18기념재단과 기념사업의 변화를 촉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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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정다은>5·18기념재단과 기념사업의 변화를 촉구하며
정다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3. 12.21(목) 16:53
정다은 광주시의원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마지막으로 2023년도 회기가 마무리됐다. 5·18기념재단의 사업예산이 삭감되거나 부활했고 그로 인해 5·18기념재단을 비롯해 여러 단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사실 필자는 광주광역시 민주인권평화국이 요구한 2024년도 5·18관련 예산을 고통스럽게 심의했다.

윤석열정부의 세수예측 실패로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내년 살림살이를 꾸리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작년 5월 5명의 청년의원이 한 목소리로 지역사회에 요청한 오월문제해결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런 상황에서 23명의 광주광역시의원 중 1명에 불과한 필자가 마치 전문가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 나서서 5·18이라는 거대한 이슈를 독점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되는 것도 즐겁지 않았다. 오월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고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못 본 척하고, 나 아닌 누군가가 하겠지라는 기대를 품기에는 오늘날 광주 오월의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그것이 필자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월예산을 삭감하고 지역 내에서 비난을 자초한 이유이다.

작년 말 필자는 수십 년 동안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오월예산을 삭감하고 오월단체들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 무렵 필자는 오월예산을 다뤄본 경험이 분명히 오월광주의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이번 예산심의 상황은 필자의 기대와는 달랐다.

작년부터 문제점이 지적된 5·18사업들이 1년이 넘도록 개선을 위한 노력이 없었고, 내년 예산을 결정할 지금까지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시가 직영으로 하는 사업도 그렇지만 5·18기념재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들은 그 정도가 더욱 심했다. 5·18기념재단의 예산서를 마주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그런데 5·18예산 심의 며칠 전, 국비가 전년 대비 크게 삭감되었으니 시비를 추가로 증액해달라는 재단관계자의 연락을 받았다.

이런 연락을 받은 것은 필자 이외에도 몇몇의 의원이 더 있었다. 필자는 재단이 요구하는 시비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국비만으로 불충분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재단에 세부사업명세를 요청했지만, 예산심의 때까지 관련 자료를 받지 못했고, 재단의 업무파트너인 광주광역시 5·18민주과에서도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고 하니 맥이 풀렸다.

예산삭감으로 발생할 여러 위험과 반발, 저항이 예견되었지만, 내년 예산을 결정하는 시점에 5·18기념재단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해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그렇게 상임위의 예산심의가 시작되었다.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그동안 중복되고 유사한 5·18사업의 통합 또는 개선을 2022년 추경부터 지속적으로 요청했었다. 대표적인 사업이 힌츠페터국제보도상과 5·18마라톤대회 등이 그것인데, 이 두 사업 모두 작년 예산을 그대로 답습한 예산안이 제출됐다. 이 중 힌츠페터상이 상임위에서 삭감이 되었다가 부활이 된 이유는 일부 언론들이 전한 바처럼, 힌츠페터국제보도상이 5·18언론상과 달리 존재하여야 할 필요가 확인되어서가 아니라, 5·18재단 측에서 통합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5·18역사왜곡대응사업의 경우, 재단은 매해 5·18역사왜곡대응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비 수억 원을 받아간다. 그런데 실제 그 돈으로 사업의 본래 목적에 맞는 예산집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월길 안내사업과 콘텐츠 제작 사업, 그리고 인건비 등에 절반액을 사용해왔다. 심지어 오월길과 문화콘텐츠 제작 사업은 재단이 국비를 통해 진행하기로 되어있는 사업이었다. 그렇다면 국비로 지원되는 사업비가 적합하게 집행되고 있음에도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야 시비가 지원되어야하는 정당성이 있었다.

그동안 재단은 그러한 절차 없이 시비를 관행적으로 편성 받아 갔었던 것이다. 그런 5·18기념재단의 관행에 제동이 필요했다.

심지어 상임위 예비심사 이후, 시비 부활을 위해 애를 써야할 재단의 최상위 책임자들은 국외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립트라우마센터 등 윤석열 정부의 5·18관련 예산삭감을 통한 공약파기를 광주시의회가 규탄한 상황이었고, 광주시와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점인데다 국회의 예산심의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한 광주시의 예산심의는 매년 정해진 시기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산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재단 관계자들이 해당 시점에 국외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은, 과연 재단이 국민과 시민의 혈세로 사용되는 예산을 소중히 여기고 집행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의 근본된 정신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항거와 저항이다.

하지만 그간 5·18기념재단에 의해 진행되어온 5·18관련 사업 중 몇몇은 5·18정신을 담지 못한 채 매년 해오던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에 그쳤고, 이런 문제를 여러번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우려를 무릅쓰고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

광주광역시의회 5·18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필자는 제대로 된 5·18기념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5·18을 위해 일하는 여러 단위들의 고른 역할 분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5·18기념재단은 오월 단체와 시민사회의 소통 및 중재역할을 포함한 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광주광역시와 의회는 오월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개발과 중복사업 방지 등을 위한 전문적인 연구와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하며, 5·18관계기관은 오월 정신의 계승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향해 활동 해야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과정을 광주시민께 소상히 알리고 시민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5·18기념재단과 광주광역시는 사안별로 필요시에만 시민과 소통하고 있고, 특히 기념재단은 법적, 제도적 울타리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성을 지키려 해왔다고 보인다다.

사실 관련 조례상 광주광역시와 의회가 사적결합체인 5·18기념재단의 자발적 협조 없이는 그들의 사무에 접근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기념재단의 이러한 관행적인 사업추진, 조직 유지를 최우선시하는 운영의 근본적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5·18기념재단에 관한 제도와 규정에 한계가 있더라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다.

광주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회는 광주시민의 대의기관이고, 5·18기념재단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에 의해 설립됐다는 것이다.

결국 광주시, 의회, 기념재단 모두 오월정신 계승을 위한 동반자인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5·18을 왜곡하고 폄훼한 인사들이 정부 주요 요직에 임명되고 5·18관련 공약이 줄줄이 폐기될 때마다 광주시민과 의회, 광주시는 정부를 향해 항의했다. 하지만 기념재단은 정부 예산 확보를 이유로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잊은 모양새였다. 5·18기념재단은 이 역시 시비를 투입한 사업비를 인건비로 사용하는 것과 같이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재단이 향후에도 본연의 공적역할을 다하지 않거나, 같은 사업비를 활용하여 더 좋은 내용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로 언론을 움직이고 동료의원들을 움직여 조직과 사업유지에만 매진한다면, 필자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올해와 같이 5·18기념재단의 예산을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광주광역시의회의 5·18관련 사업 예산 삭감은 5·18기념재단이 행하는 숭고한 오월사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향후 5·18에 대한 발전적인 담론을 재단 외부의 단위와 재단이‘함께’ 형성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5·18기념재단이 분명히 인식했으면 좋겠다.

5·18민주화운동의 항구적인 정신계승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