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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후환경이야기·임낙평>잘 가라, 2023년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 의장
  • 입력 : 2023. 12.25(월) 14:34
임낙평 전 의장
해가 저무는 길목, 한해를 되돌아본다. 80억 인류와 지구는 안녕했을까? 연초부터 지금까지 결코 조용한 날이 없었다. 폭염 산불 홍수와 가뭄, 태풍 등 크고 작은 기상재난과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빈발했다. 수년 전부터 지구 기후환경생태계의 파괴를 ‘위기’로 규정하고 ‘비상’을 선언하기도 했지만, 결과는 과거보다 호전되지 않았다. 안녕하지 못했던 한해였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금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라고 했다. 신기록이다. 육상경기에서의 박수갈채를 받는 신기록이 아니다. 지구와 인류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못된 신기록이다. 지구대기 중 CO2 농도도 420PPM 육박!! 이것도 마찬가지로 신기록이고, 매년 이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과학자들이 ‘가장 안전한 수준은 350PPM’이라 했는데, 해마다 멀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화석연료에 의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이 금년에 전년 대비 1.1% 증가, 368억 톤을 기록했다. 이것도 신기록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이 증가하면. 더 많은 CO2가 지구대기로 방출되고, 대기 중 CO2 농도의 증가로 인해 지구온난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2023년 세계 각처가 경험했던 다양한 형태의 기후재난이 발생한 것이다.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있었다. 기후재난의 악순환이 반복된 한해였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인 현실이다.

이미 20여 년 전, 세계는 이를 인지했고, 대응책을 강구해 왔다. 세계 모든 국가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고, 2015년 이 협약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려고 파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순환의 연결고리는 끊어지지 않았고, 따라서 현재까지 기후보호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행동이나 실행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구테흐즈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를 향해 ‘인류가 기후지옥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며 직격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Global Worming) 시대가 가고 ‘지구열대화(Glabal Boiling) 시대가 왔다’고도 했다. 그만큼 절박하고, 즉각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이자 가장 강한 경고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의 행진을 멈춰내자는 것이다.

지난 12월 13일, 유엔은 COP28(28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을 마무리하면서 ‘UAE Consensus(아랍에미레이트연합 합의)’를 채택했다. 정식 명칭은 ‘전 지구의 이행점검 결정문’이다. 이 합의는 지난 5년 동안 각국의 기후정책을 평가하고, 파리협정의 목표인 1.5도 온난화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취해 나가야 할 방향을 규정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세계가 향후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에너지 효율성 2배 확대’ 등의 내용이다. 또한 2030년까지 2019년 수준에서 43% 온실가스 감축, 2035년 60% 감축 그리고 2050년 제로배출 등 목표도 확고히 했다. 130여 개 국가들이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퇴출(석탄 2030년대, 석유 가스 2040년대)’을 주장했지만, 산유국들의 강한 반발 때문에 ‘퇴출’에서 전환’이란 문구로 최종 수정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화석연료의 종말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기후위기 악순환과 신기록 행진의 중단을 위해서 디딤돌이 만들어진 셈이다.

10위권의 경제대국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이번 COP28에서의 합의된 내용에 따라 경제의 모든 영역에서 화석에너지와 CO2를 단계적으로 빼내야 한다. 2030년 재생에너지 3배와 에너지 효율성 2배 확대를 위한 구체적 계획도 가져야 한다.

2023년이 과거로, 역사 속으로 가고, 많은 숙제를 신년으로 넘겼다. 신년에도 할 일이 많다. 다가오는 신년 인류와 지구의 위기를 이겨내는 희망의 태양이 떠오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잘 가라 2023년, 어서 오라 202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