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옷자랑 말라” 불 밝히는 충장로 패션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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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광주서 옷자랑 말라” 불 밝히는 충장로 패션거리
●충장로 유일 '모다인패션디자인학원'
양장기능·의류봉제 15개 과목
전공생부터 취창업 목적 수강
밤까지 디자인부터 제봉 직접
아시아 세계기술대회 ‘메달’도
  • 입력 : 2023. 12.25(월) 17:38
  • 글·사진=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 충장로에 있는 ‘모다인패션디자인학원’에서 수강생들이 옷 디자인을 하고 있다.
“광주에서 옷 자랑 하지 마라.”

충장로, ‘패션의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언제 적 충장로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내로라 하는 명인들의 양장점이 이곳 구도심을 휩쓴 적이 있었다. 당시 대학 입학, 취직, 무대에 설 때, 결혼 등등 삶의 주요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충장로를 찾았다. 이제 충장로에 유일하게 남은 ‘모다인패션디자인학원’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모다인패션디자인학원’은 오늘도 충장로 패션의거리에서 불을 밝히고 있다.

이곳엔 미래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부터, 대학 전공생, 취·창업을 목적으로 한 수강생까지 다양하다.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양장기능, 의류봉제 등 15개 과목. 수강료 일부를 정부지원금을 통해 지급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나 실업자훈련 정책 등을 활용한 학원 운영 이 큰 장점이다. 학원에는 학생들이 만든 여성 드레스부터, 페브릭 공예품, 디자인 스케치들이 눈길을 끈다.

최근 학원 출신 강태석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23)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2회 2023 아시아 세계기술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수강생들은 양장기능사, 패션다자인 산업기사 등에서 90% 합격률을 자랑한다. 매일 학원에는 미래 패션디자인을 꿈꾸는 학생들의 열정이 가득하다.

임정우(17)군은 “성격 자체가 지루한 것을 싫어했데 트랜드에 민감한 패션 분야에 관심이 생겨 등록했다”며 “최근 스마트 미래도시를 콘셉트로 한 옷을 디자인해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곽승우(17)군은 “최근 낙화라는 시에서 영감을 받아 웨딩드레스를 디자인 했다. 이별과 웨딩 사이에서 오는 모순을 옷을 통해 표현했다”며 “느낀 감정이나 영감을 옷의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꽤 흥미롭다. 언젠가는 패션디자인 국가대표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집(17)군은 “학원에서 양장 기술을 배워 부모님께 옷을 선물했을 때 뿌듯했다”며 “옷을 어떻게 만드냐고 다들 놀라워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28)씨는 농업인 작업복 브랜드 론칭을 위해 학원을 찾았다.

김 씨는 “대학 전공은 이 분야가 아니다. 의류수출 회사에 근무하면서 옷에 관심이 생겨 퇴사하고 학원까지 다니고 있다”며 “광주에서 다시 패션사업을 활성화 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성연 모다인패션디자인학원 원장은 2000년대부터 패션의거리에서 의류 관련 사업을 하면서 충장로를 떠난 적이 없다. 전 원장의 고향은 충장로 패션의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성연 원장은 “의류 관련 기술자들이 광주에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가는 것이 학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광주에서 옷 자랑 하지 말라는 말이 다시 통용될 때까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