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글로벌에세이·최성주>현대 전쟁서 확인된 드론의 위력… 대비책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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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글로벌에세이·최성주>현대 전쟁서 확인된 드론의 위력… 대비책 시급하다
최성주 원자력대학원 교수·전 주폴란드 대사
83) 드론 기술의 진보와 우리의 대응
  • 입력 : 2023. 12.26(화) 13:08
최성주 교수
일반적으로 무인비행체(UAV)를 의미하는 드론은 대표적인 이중용도 기술의 결과물이다. 즉, 민수용과 군용으로 나뉜다는 얘기다. 현재 우크라이나 및 중동 지역에서 진행 중인 전쟁에서도 군용 드론이 매우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편, 비군사적 민수용 드론은 농작물 방제 및 화물 수송, 화재 진압, 범죄 단속, 항만 관리, 영상 촬영 등에 매우 광범위하게 쓰인다. 첨단화하는 드론은 인공지능(AI)이나 인터넷 등의 신기술과 융합 내지 연계되고 있다. 민수용 드론은 중국이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군용 드론은 미국이 독보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래에서는 주로 군용 드론에 대해서 알아본다.

군용 드론은 정찰용 또는 공격용으로 사용된다. 원래 감시 및 정찰 목적으로 개발된 드론은 특히, 2000년대초 ‘테러와의 전쟁’ 시기를 거치면서, 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를 장착한 무장 드론으로 진화했다. 방산 전문 컨설팅업체인 틸 그룹이 2016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드론은 향후 10년간 전 세계 항공산업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할 분야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호크’는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인데, 탑재된 고성능 카메라로 고도 20㎞에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드론은 무엇보다도 유인 비행체에 비해, ‘따분하고 더러우며 위험하고 심층적인(소위, 4D)’ 임무 수행이 가능하고, 인명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공격용 드론은 미사일 등 살상무기를 장착하여 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한다. 2001년 9.11. 직후, 미국은 프레더터 드론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하여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던 알카에다 테러리스트들을 제거한 바 있다. 대 테러전 수행 과정에서 군용 드론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늘어나며 비난여론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라, 드론에 정밀타격무기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이나 시리아 등 적대국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소위 ‘닌자’ 미사일은 대표적인 정밀타격무기다. 2017년부터 실용되고 있는 닌자 미사일은 마치 닌자(忍者), 즉 자객처럼 제거 대상을 은밀히 공격한다. 주변 민간인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테러 주모자 등 특정 인물만을 살해하는 데 사용된다. 닌자 미사일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폭약이 든 탄두를 탑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격으로 인한 폭발도 일어나지 않으며, 표적에 명중하기 직전에 펼쳐지는 6개의 예리한 칼날이 대상 인물을 정확히 제거한다. 미국은 20여 년의 추적 끝에, 오사마 빈라덴과 함께 9.11. 테러를 주도한 2인자 ‘알 자와히리’를 2022년에 닌자 미사일로 살해한 바 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불법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대 드론의 전쟁’으로 불릴 정도로, 우크라이나 상공에 매일 수백 대의 정찰용 및 공격용 드론이 날아다니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적군 탱크가 움직이면 5분 이내 드론을 띄운 후에, 이를 토대로 3분 이내 공격에 돌입한다. 이러한 드론의 등장으로 탱크 전성시대가 사실상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드론 강국 중 하나인 이란은 침략국 러시아에 드론을 대량 수출하고 있어서 문제다. 올 10월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이스라엘 군대는 드론을 사용하여 하마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며 신속한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드론이 21세기의 전장에서 ‘실제적인 게임체인저’로 기능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기술이 진보하면서, 드론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AI 드론’이다. 군용 드론에 AI를 부착할 경우, 기동성이 배가되어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AI가 드론을 전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은 곧 인간이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기술의 주인’으로서 기술에 대한 최종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 위에 군림하고, 인간은 그 노예가 되는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악몽이다. AI 윤리강령을 포함하여, 관련 규범의 조속한 제정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확인되는 드론의 위력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우리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북한은 재래식 무기에 속하는 드론을 사용하여 우리에 대한 전격적인 도발을 자행하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북한이 올 7월 열병식을 통해 ‘북한판’ 글로벌 호크와 리퍼 등 공격용 드론을 과시한 만큼, 우리도 드론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필요시 관련 장비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저고도 드론 파괴용 레이저 기술의 실용화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