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강수훈>광주 정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견리사의(見利思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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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강수훈>광주 정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견리사의(見利思義)로
강수훈 광주시의원
  • 입력 : 2023. 12.28(목) 13:39
강수훈 광주시의원
‘견리망의(見利忘義)’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으로 교수 신문이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처음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며, “출세와 권력이라는 이익을 얻기 위해 자기편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 경우로 의심되는 사례가 적잖이 거론되고 있다”라고 추천 이유를 말했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정의의 고장, 의향의 도시라고 불리는 광주 정치도 피할 수 없었다. 비교적 근래에 발생해서 기억이 생생한 대표적인 광주의 견리망의 사건 몇 가지만 소개한다.

9월 사건이다. 민선 8기 초대 광주환경공단 이사장은 처음부터 임기를 채울 생각도 없이 월급쟁이 공공기관장으로 일하다가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퇴했다. 사퇴하고 바로 다음 날, 느닷없이 삭발하더니 윤석열 폭정 저지를 외치며, 돌연 이재명 대표의 동조 단식을 지지하였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인사청문회에서 시민들에게 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렸다. 사심의 극치였다.

10월 사건이다. 시 교육감은 자신의 고교 동창을 감사관으로 채용했고, 감사원 감사를 통해 면접 순위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계 공무원이 경찰에 고발조치 되었다. 두 사람의 진정한 우정으로 광주 교육은 불신을 자초하게 되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집중 추궁이 이뤄졌다.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던 광주 교육이 단 한 명의 친구 때문에 전국적 망신을 당한 순간이었다.

역시 10월 사건이다. 불법 수의계약 비리가 드러난 북구 의원에 대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제명을 권고했지만, 동료 구의원들로 구성된 윤리특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 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얼굴 마주친 사이에서 나오는 정(情) 앞에서 북구의원들은 한없이 작아졌다. 북구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꾸려진 윤리심사자문위는 무색해졌고, 의회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로 평가되었다.

11월 사건이다. 광주에서 열린 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김건희 여사에게 ‘설치는 암컷’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발언한 당사자는 사과 요구에도 침묵하며 버텼고, 그 옆에서 같이 웃고 있던 사람들은 언론의 해명 요청에도 피해 다니기 급급했다. 어떤 이들은 ‘조·중·동 프레임에 갇혀 있다’라며, 오히려 해당 발언을 옹호하기도 하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의 비호 아래 국회의원 배지 한번 달아보고자 애쓰는 출세욕, 도대체 개돼지 발언과 무슨 차이가 있나? 우리 정치에 세련된 비판은 실종됐다.

당장 12월이다. 내년 4월 총선 여론조사를 앞두고, 친명 비명 논란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당내 경선 시 경력을 표기할 때 이재명 대표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했지만, 정작 총선 예비후보들은 여론조사를 앞두고 이재명 한 줄 경력을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이재명 알박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더 가관인 것은 친명 안에서 다시 친명과 찐명을 나누는 모습이다. 정작 지역발전을 위해서 무슨 일을 할지, 자신의 비전은 무엇인지, 밝힌 적도 없고, 확인할 길도 없다. 이렇게 되면 지난 지방선거 광주의 최저 투표율 37.7% 부끄러운 신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다.

도대체! 광주 정치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광주 시민이 광주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개인의 입신양명과 기득권 몰두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개혁성을 갖고, 기득권 타파에 힘쓰며, 경제적으로 낙후된 광주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는 유능한 ‘작은 DJ’의 등장이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면서 자기 목소리를 용기 있게 냈던 ‘청년 노무현’의 등장이다. 따뜻한 웃음으로 늘 유쾌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유연하지만 소신은 반드시 지키는 ‘포스트 문재인’의 등장이다.

광주의 정치인들이여, 우리 함께 ‘견리망의’가 아닌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되새기자. ‘견리사의’의 본뜻처럼 이로움을 보면 의로움을 먼저 생각하자. 최소한의 부끄러움은 갖고 살자. ‘견리망의’하면 지금 당장 좋을지 모르나 결국은 다 망한다. 2024년을 ‘견리사의’의 해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