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이명노> 청년 이명노가 바라는 새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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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이명노> 청년 이명노가 바라는 새해 정치
이명노 광주시의회 예결위원장
  • 입력 : 2024. 01.04(목) 13:47
이명노 광주시의원
새해 둘째 날, 우리 당 대표가 칼에 맞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참혹한 사건이다. 민주당이 위협받은 게 아니라 민주주의가 위협받은 일이다.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쾌유하길 기도하며 간절한 마음으로 새해 첫 기고를 적어본다.

비상하는 청룡의 해, 갑진년은 부푼 기대와 달리 어수선한 시작이다. 그 어수선함은 역시 정치였다. 우리는 왜 죽이는 정치를 하는가. 왜 정치 언어는 늘 공격적이며 정치는 늘 거북한 이슈뿐인가. 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고민보다 어떻게 상대방이 무너질는지 고민하는 모습 뿐인가. 국민들께 청룡처럼 비상하는 2024년을 선물하기 위해 우리 정치인 모두 각성해야 할 때임을 담담한 마음으로 고한다.

국민은 좋은 정치인을 원한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부당한 일을 정당하게 풀어낼 줄 알고, 좀 더 합리적이고 참신하길 바란다. 여기에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지녀야 할 청렴은 당연한 덕목이다. 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국민으로서 내 의결권을 민의의 전당에서 대신 논의할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이길 희망할 것이다. 자식이 살아갈 세상의 정치인이 어떤 사람이길 희망하는지 생각해 본다면 답은 더 쉽다. 그러나 우리네 정치가 과연 그런 모습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1년 반가량 정치인으로 살며 깨달은 수많은 것 중 절대 동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있다. “이슈”다. 어느 선배 정치인이 그랬던가. 정치인은 자기 부고만 빼고는 어떻게든 언론에 노출돼야 한다고. 여기서부터 시발점이라고 진단하고 싶다. 어떻게든 이슈를 선점해 언론에 더 노출되고 싶어 자극적인 언사를 쏟아내는 정치에 우리는 이미 익숙해져 버렸다. 정치인이 먹고살 것은 시민들의 지지와 열망이지 단순 인지도가 아닌데, 노출 빈도를 지지로 착각하는듯한 모습을 오랜 시간 봐왔다. 사실 문제해결에 어떤 효과도 없는데 말이다. 품격 있는 언어와 존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고성과 비방으로 풀거나, 개선점이나 대안 제시는 부재한 채 의혹 제기로만 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여기서 국민은 한 번 실망한다.

그리고 그 실망은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에서 증폭된다. 안타깝게도 선거는 좋은 사람을 뽑는 절차가 아니다. 때문에 내가 좋은 사람인 것을 설득하기보다 저들이 얼마나 나쁜지를 주장하는 게 더 쉬운 전략이 될 수 있다. 반사이익 구조를 적절히 활용해 경쟁자를 무너뜨리고 내가 한 표만 더 얻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반사이익을 추구하며 누군가를 죽여서 내가 사는 정치를 거듭한다면 결국 경기장 안에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반사이익으로 승리는 가져올 지 몰라도 좋은 사회를 가져올지 장담할 수 없다. 여기서 국민은 한 번 더 실망한다.

정치의 정의를 보자. 데이비드 이스턴의 말처럼 정치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면, 여기서 공정은 필수요소다. 공정이 빠진 정치에 사회적 가치를 맡기는 일도, 공정이 빠진 권위적 분배도 끔찍한 일이다. 허나 끔찍한 일은 생각보다 빈번하다. 시민에게 받은 숭고한 권한은 모두에게 쓰여야 하나, 자신이나 각별한 사람들의 재산 축적을 위해 쓰는 사람들로 인해 국민은 정치를 불신한다. 그리고 불신의 무관심 속 축적된 재산은 직간접적으로 다시 다음 선거의 정치력으로 환원되고 만다. 좋은 정치인을 뽑고자 희망을 품었던 선량한 유권자들은 여기서 또다시 실망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실망을 바꿀 기회가 이제 없는가. 지난 12월, 24년 본예산 예결위를 떠올려본다. 광주시의회 예결위원 모두는 사적이익으로부터 결별을 선언하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상임위 심사에서부터 민원 예산을 공개적인 사전 요구 예산으로 바꾸는 혁신을 해보자는 막내 의원의 제안에 동의해 준 동료 의원 22인 모두의 덕이다. 그렇게 예산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무기로 06시까지 역대 최장 시간이라는 철야 토론을 해냈다. 의원과 집행부 공직자 누구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품격과 존중이 있었다. 그렇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부족한 재정 여건 속 최적화된 광주 예산안을 도출 해냈다. 우리에게는 정치를 바꿀 기회가 있다.

대한민국의 새해 정치는 변해야 한다. 반사이익을 도모하지 않는 정정당당한 정치, 비위로부터 자유로운 청렴한 정치, 이슈메이킹이 아닌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 건설적인 정치. 비상하는 청룡의 해, 수많은 총선 입지자들과 선출직 공직자 그리고 나에게 묻는다. 본인들이 비상할 것인가, 국민을 비상하게 할 것인가. 고민 해주시라. 국민이 비상하는 정치를 다짐하는 정치인이 많아질 때, 결국 대한민국 정치가 비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