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부녀 재심 결정…15년만에 석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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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전남일보]'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부녀 재심 결정…15년만에 석방
광주고법 "CCTV 등 증거발견"
  • 입력 : 2024. 01.04(목) 17:56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광주지방법원.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부녀에 대한 재심이 결정됐다. 부녀는 15년여 기간 동안 살인 등의 혐의로 복역 중인데 원심을 깨고 진실이 밝혀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광주고등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오영상)는 4일 존속살해, 살인,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형을 확정받아 재소 중인 아버지 백모(74)씨와 딸(40)에 대한 재심 결정을 내렸다.

재심 결정으로 형이 집행정지 됨에 따라 이날 오후 백씨 부녀는 출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재심청구 이유 중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방해죄와 경찰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CCTV 자료가 새로 발견됐다”며 “이러한 정황을 봤을 때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재심사유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백씨는 지난 2009년 7월6일 순천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동료에게 마시게 해 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딸과 함께 기소됐다. 검사는 당시 부적절한 부녀관계 때문에 백씨가 최씨와 갈등을 벌였다는 점을 살해 동기로 내세웠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에서 유죄로 판결이 뒤집어지고 대법원이 2심 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범행 현장에서 나온 막걸리 용량이 구입처로 지목된 식당에서 주로 취급하지 않았던 점, 막걸리 공급 장부 사본이 위조된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감정 결과가 명확치 않았던 점, 진술 번복과 자백 강요 등으로 논란이 제기됐다.

백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난 2022년 1월 재심을 신청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강압이 있었다고 봤다. 광주고등법원은 2년간 재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재판을 진행했고 이날 결론이 나왔다.

백씨 부녀 법률 대리인 박준영 변호사는 “검사가 자백을 강요하고 백씨 부녀에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백씨 자술서가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 검사가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백씨의 딸에게도 강압적인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점, 영상 녹화를 최소화하거나 진술을 꿰맞춰 수사 결과를 왜곡한 점, 백씨 부녀에게 유리한 증거 73개를 제출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만들어진 자백으로 증거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앞선 법원의 결정이 정당하다며 이들의 유죄를 주장했다.

검사 측은 “딸 백씨가 다른 사람을 살인사건 주요 용의자로 지목하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했다”며 “피고인에게 누명을 씌울 어떠한 이유나 동기가 없다”는 입장이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