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또 한 번 새 역사 썼다…'비프' 에미 8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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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한국계 또 한 번 새 역사 썼다…'비프' 에미 8관왕
  • 입력 : 2024. 01.16(화) 13:46
  • 뉴시스
Lee Sung Jin and the team from “BEEF” accept the award for outstanding limited or anthology series during the 75th Primetime Emmy Awards on Monday, Jan. 15, 2024, at the Peacock Theater in Los Angeles. (AP Photo/Chris Pizzello)
한국계 연출가, 한국계 배우, 한국계 제작진이 뭉쳐 만든 드라마 시리즈가 텔레비전 분야에서 미국 최고 권위를 가진 에미 시상식을 휩쓸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비프’(Beef)는 골든글로브 3관왕, 크리틱스 초이스 4관왕에 이어 에미에서 8관왕에 올랐다.

‘비프’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Emmys) 시상식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Limited Series, Movie or Anthology)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여우주연·편집·의상·캐스팅상을 받았다. 주요 부문인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여우주연 부문에서 모두 상을 받아내며 사실상 리미티드 시리즈 부문을 싹쓸이했다. 리미티드 시리즈는 시즌이 거듭되는 다른 드라마 시리즈와 달리 한 개 시즌으로 끝나는 작품을 뜻한다.

한국계 연출가·배우·작가가 주도한 작품이 에미에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계·한국인 연출가가 만든 작품이 에미에서 작품과 각본상을 받은 건 이번이 최초였고, 감독상을 받은 건 2022년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이후 두 번째였다. 한국계·한국인 배우가 에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 역시 2022년 ‘오징어 게임’ 이정재 이후 두 번째였다.

이날 작품·감독·각본상을 받기 위해 세 차례나 무대에 오른 이성진(43) 감독은 “처음 LA에 왔을 때 내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였다”며 “그런 내가 에미에서 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감독은 ‘비프’에 대해 “이 작품에는 목숨을 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사실 그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실제로 난폭 운전자 뒤를 쫓은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여러분의 고통을 이 작품에 투영해준 덕분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국내엔 ‘성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비프’는 마트에서 난폭 운전으로 얽힌 두 남녀 ‘대니 조’와 ‘에이미 라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beef’는 소고기라는 뜻도 있고, 불평·불만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대니를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41)은 남우주연상을, 에이미를 맡은 베트남-중국계 미국인 배우 앨리 웡(42)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골든 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에 이어 에미에서도 연기상을 받아내며 명실상부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비프’는 한국계 창작자들이 모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 뿐만 아니라 배우 조셉 리, 데이비드 최, 영 마지노 등도 한국계 미국인이다. 작품 내에도 한인 교회, 라면, 카카오톡, 안마 의자, 국산 가전 제품 등 한국인만 아는 소재·소품이 대거 등장한다. 다만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있는 억눌린 감정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보편성으로 전 세계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이 작품의 두 주축인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은 한국계라는 정체성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거로 잘 알려져 있다. 이성진 감독은 영어 이름 ‘소니’가 있긴 하지만 한국 이름인 이성진(Lee Sung Jin)을 쓰고 있다. 그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를 석권하는 걸 보고 이성진이라는 본명을 쓰기로 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이 봉준호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위해 노력하는 걸 보고 ‘나도 좋은 작품을 만들면 내 이름을 발음하기 위해 그들이 애쓰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좀비 드라마 ‘워킹 데드’ 성공 이후 영화로 주 활동 무대를 옮겨서는 한국계·한국인 연출가들과 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신연식 감독의 ‘프랑 영화처럼’(2016)을 거쳐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에 출연했고, 이창동 감독과 ‘버닝’(2018)을 함께했다. 그를 아시아 배우 최초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자리에 올려준 영화 ‘미나리’(2020)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 작품이었다. 최근 그가 총괄프로듀서를 맡고 내레이션을 한 작품은 백남준 다큐멘터리 ‘백남준:달은 가장 오래된 TV’(2023)였다. 스티븐 연은 올해 개봉 예정인 봉 감독의 ‘미키17’에도 등장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