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정단상·채은지>볼드모트를 물리칠 해리포터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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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의정단상·채은지>볼드모트를 물리칠 해리포터를 찾습니다
채은지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1.18(목) 15:09
채은지 광주시의원
2024년에는 우리나라의 총선뿐만 아니라 미국 등 70여 개 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혼란이 야기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2024년은 정치적으로 볼드모트의 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볼드모트는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잔혹한 마법사이자 메인 빌런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발생할 위험들을 이에 빗댄 것으로 빌런들이 활개를 치는 ‘끔찍한 해(annus horribilis)’가 될 것이라는 표현이다.

총선 정국인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정치와 경제의 양극화로 분열이 심해지고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 그리고 극단의 정치가 그 틈을 파고들어 혐오를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정책이 아닌 정쟁만 난무하는 혐오의 정치는 거대 야당 대표 테러라는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고, 지속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실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민들을 위로할 민생에 대한 고민은 어느새 또 뒷전이 됐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야당이 합작해 만들어낸 뼈아픈 결과이다.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의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은 여전히 30프로의 국민들을 위해서만 존재하고, 여당의 관종 비대위원장은 무언가 달라질 것인 양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더니 하루 만에 말을 바꾸고 멋지게 뒤통수를 쳤다. 여기에 여당 배지를 단 의원들은 국회의원부터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막말 논란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는데, 흡사 혹부리 영감의 혹처럼 여당 배지가 막말 제조의 원천인 것은 아닌지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

민주당은 떳떳한가. 정권 교체에 대한 반성이나 패배 원인 분석도 없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외치더니 검찰의 정치 탄압에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해보고, 픽픽 쓰러졌다. 당의 정신을 바로 세우고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공고하게 다져도 부족할 판에 소위 개딸들에게 휘둘려 ‘민주’를 잃었다. 허울 좋게 외쳐댔던 선거제 개혁은 현실적 문제와 타협하며 슬그머니 비겁한 대안들로 채워지고, 정치적 한계를 자인한 초선 의원들의 잇따르는 불출마 선언은 민주당의 내일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위축되게 한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멈추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을 바랐을 터인데, 안타깝게도 오늘의 민주당은 혁신의 방향키를 놓치고 분열에 이르러 다른 방식의 새로운 미래를 탄생시키고 말았다.

필자 또한 선출직 공직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정치 실종 시대를 불러온 것은 비단 여의도 정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 정치의 역할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고, 정치의 흐름을 바꾸는데 선거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비겁하지 않고 정의로운 이들과 함께 광주를 바꿀 정치,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정치를 할 수 있게 되길 간절하게 바란다. 이에 절박한 심정으로 해리포터를 찾는다.

볼드모트를 물리칠 해리포터는 누구일까. 결국에는 공천장을 받아든 후보가 바로 해리포터일까. 아니다. 차기 일꾼들에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들, 즉 국민들이 빌런을 무찌를 해리포터인 것이다.

그러므로 해리포터들이여, 앞장 서자.

잠깐의 피로감에 등을 돌린다면 빌런들이 장악하는 광주를, 대한민국을 만나게 될 것이다. 두 눈 부릅뜨고 공천 시스템을 감시하고,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눈앞의 자리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과제를 이야기하는 후보에게 기회를 주자.

절망의 정치를 희망의 정치로 바꿀 수 있는 기회.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