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김종일>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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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김종일>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2023년
김종일 전남탄소중립지원센터장
  • 입력 : 2024. 01.21(일) 14:22
김종일 센터장
변화무쌍한 것이 날씨고 기후라지만, 연초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과 러시아, 미국은 강력한 북극 한파가 몰아닥치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는 홍수 피해를 겪고 있는 뉴스가 생생하게 전해온다. 국내에서도 인제 빙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등 겨울 축제가 취소되었다는 소식이다. 아직 한겨울인데 말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3년이 역사상 가장 따뜻한 해라고 최근 공식 발표했다. 2023년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수준(1850~1900년)보다 1.45±0.12℃ 높았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도 2023년 지구 평균기온은 14.98℃로 이전 최고치인 2016년보다 0.17℃ 높았고,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48℃ 더 따뜻했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노력을 추진하기로 했는데, 1.5℃ 한계가 거의 임박한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하다. 기상청은 작년 연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2℃ 높은 1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이례적으로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기상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지구 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는 더 따뜻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인명 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재해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과 생물다양성을 위협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는 향후 10년 동안의 글로벌 10대 위협요인으로 극단적인 기후변화와 지구 시스템의 심각한 변화를 1위와 2위로 각각 꼽았다. 특히 극단적인 기후변화는 2017년 이후 매해 글로벌 위협요인 1위로 언급되었다.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어쩌면 매년 가장 따뜻한 해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세계 각지에서 지금보다 더 자주, 그리고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기상이변과 그에 따른 재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국제사회는 지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한가한 합의문을 채택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지금은 지구촌 모두가 자신과 후손들을 위해 당장 행동해야 할 시점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산업, 에너지, 건물, 수송 등 각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다양한 유형의 기후변화 영향으로부터 인명과 재산 피해를 완화하고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당장 탄소중립을 실현한다 해도 그동안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에 기후변화가 당분간 지속되고 그 영향 또한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각 경제 주체가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평가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기후목표와 이행 수준이 67개 국가 중에서 64위로 꼴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민간의 이행을 선도·지원하고, 회복력 있는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탄소중립이란 위기를 선제적으로 대처해 기업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시민들은 탄소중립 행동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나아가 현명한 소비자로서 정부와 기업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은 지구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란 지속가능한 발전의 구호가 떠오른다. 지구와 후손을 생각해 지금 당장 행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