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지역의료 강화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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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지역의료 강화 전환을"
지역민들 서울 등 큰 병원 선호
정부 의대 증원 확대 발표 반색
지역의대 확충·지역의사제 요구
“지역·필수 의료 강화 이어져야”
  • 입력 : 2024. 03.11(월) 18:02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순천의료원.
“지역 의료원은 평소같아요. 환자수도 비슷하고 큰 문제 없는 것 같아요.”

11일 오전 순천시의료원 내과 앞에서 만난 김진관(71)씨가 이같이 말했다. 평소 의료원을 자주 찾는다던 그는 의료 공백 사태는 먼 일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환자 대기수도 평소와 같았고, 진료를 보는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의 말처럼 순천의료원 1층 수납창구 로비는 한산했다. 의료 대란이 일어난 전남대·조선대와 다른 모습이었다. 노년층이 자주 찾는 신경외과와 내과 등만 대기줄이 있었고 다른 과는 대기 없이 바로 진료를 받았다. 의료대란으로 과수급됐다는 응급실조차 분주함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없는 공공의료 특성상 현재 의료대란의 영향을 덜 받는 듯하다. 병상가동률은 10% 정도 올랐는데,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원래 환자가 많지 않아 체감이 안되기도 하다. 전문의들도 파업에 동참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전공의와 정부의 갈등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지만 지역 의료계는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일선 의료현장에 비상이 걸려도 정작 환자들은 공공병원을 찾지 않는 탓이다. 의료계에선 “환자도 안오는 상황인데 의사라고 오고 싶겠나”라고 푸념했다.

지역 의료계가 의료대란이 지역 의료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의대정원과 더불어 4대 의료개혁 과제로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게 공정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목포의료원에서 만난 한 시민은 “대학병원을 다니다 보니 더 높은 수준의 진료를 받고 싶어 공공의료원은 잘 안가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 관계자 역시 “요즘 환자들은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다.

지난 8일 영광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내원객들이 진료실로 이동하고 있다. 정성현 기자
전남 지역민들은 이번 의료 대란이 지역 의료강화로 이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탓에 전남 치료가능 사망률과 사망자 수는 주요 도시와 비교해 상위권인 반면 의사 수는 최저로 나타났다.

‘2020 지역 의료격차 실태’에 따르면 전남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47.46명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다. ‘치료가능 사망률’이란 병원에서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을 말한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이 34.34명으로 전남과 13.12명 차다. 전남 인구를 180만명으로 계산하면 한 해 757명이 세종보다 더 사망하는 셈이다.

공공의료 현장에선 의대 증원 등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지방의료 내실을 꾀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의사가 늘면 지방으로 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만 기대다간 의사들을 설득하지도,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지도 못한다는 의미다.

전남지역 지방의료원에서 일하는 의사 A씨는 “연봉 수억원을 줘도 지역에 오지 않고 있는데 늘어난 의대생들 역시 지방의료원에 머무르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전남에 의대를 유치해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충북대에서 열린 ‘글로컬대학 혁신이행 협약식’에 앞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만나 전남지역 의대 신설을 위한 지원과 관심을 요구했다.

김 지사는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에 국립 의대를 신설할 수 있도록 교육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주 도 의대유치추진단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전남도와 의대 신설을 바라는 대학(목포대·순천대)의 의견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의대 신설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5학년도에는 의대 신설이 사실상 어렵다고 밝혀 전남도는 2026학년도 의대 신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동 단일의대 설립에 합의한 만큼 대통령실과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의대 신설 요구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지역 의료단체 관계자는 “의대 정원(358명)의 65%(2000명)를 늘리려는 상황에서 의대없는 전남이 계속 소외될 수는 없다”며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