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의사없는 병원’… 진료 연기에 환자들만 큰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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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의사없는 병원’… 진료 연기에 환자들만 큰 피해
●전공의 집단사직 한달…상급종합병원 현장
예약일 방문에 또 “내일 오라”
교수사직 결의 현장 혼란 가중
전대·조대병원 입원환자 40%↓
  • 입력 : 2024. 03.19(화) 18:04
  • 나다운·윤준명 수습기자
의사파업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오전 조선대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한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환자들은 ‘의사 없는 병원’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찾아간 전남대병원 프론트. 환자들은 진료와 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에 따른 불편을 호소했다.

임창록(20)씨는 “환자들이 너무 많이 몰려 진료가 오래 걸렸다. 의사 파업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이 늘고 있다”며 “정부와 의사 집단 간 타협점 마련이 시급하다. 빠른 시일 내에 의료 혼란이 진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예약한 검진 일자가 3차례나 미뤄졌다는 박모(65)씨는 “정기 추적관리를 받고 있는데 자꾸 연기돼 불안하다”며 “무조건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풀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인근 조선대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최가은(18)양은 “토요일 갑자기 눈이 아파 병원을 찾았는데 진료가 하루 미뤄졌다. 오늘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또 내일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 말했다. 최양은 “치료 못 받는 환자가 늘지 않도록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의사단체 대치 장기화에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들도 많았다.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정찬영(61)씨는 “수많은 이익단체 중 파업 하나만으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단체는 의사단체가 유일하다.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밝혔다.

가족 면회를 온 조모(50)씨는 “지방 필수 의료는 붕괴하고 수도권으로 의료인들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파업이 한 달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8일 전남대병원 로비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있다. 윤준명 수습기자
암 투병 아버지와 2년째 병원에 다닌다는 김선걸(62)씨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늘 불안감이 있다. 하루빨리 상황이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편의 국가 장애인 등급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공모(60)씨는 “의료계가 혼란해 걱정된다. 시민들이 더 위험해지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을 위해 서둘러 해결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료파업 장기화에 환자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조선대병원 일평균 입원환자는 전공의 파업 전 평상시 대비 60% 수준이다. 병상 가동률도 80%에서 50%로 떨어졌다. 전남대병원도 평소 77% 가동률을 보였지만 현재 50~55% 수준에 그쳤다.

이에 전남대병원은 성형외과와 비뇨기과, 정형외과 병동을 폐쇄한 상태다. 조선대병원 역시 20일부터 성형·비뇨기·순환기 등 관련과 입원 환자들이 머무는 병동 4곳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환자 감소는 곧바로 경영난으로 직결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적자가 늘자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200억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대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병상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운영난을 겪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선대학교 병원 관계자는 “아직 마이너스 통장 개설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평균 병상 가동률 50%대에 머물고 있어 병원 운영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다운·윤준명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