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이명노>총선승리, 축배는 아직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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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이명노>총선승리, 축배는 아직 이르다
이명노 광주시의원
  • 입력 : 2024. 04.11(목) 16:03
이명노 광주시의원
2024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175 대 108,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로.

누군가는 보름 남짓, 누군가는 2년가량, 누군가는 일생을 걸고 노력한 시간의 성적표를 확인했다. 당선된 후보들께 진심을 담은 축하를, 낙선한 후보들께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또한 선거에 일상을 양보하고 땀 흘려 뛴 각 캠프 운동원 및 지지자를 비롯해, 교통체증과 소음 등으로 고생한 시민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여러 진단은 보다 더 전문성을 가진 분들로부터 차근차근 나올 것이니 차치해 두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전해보고자 한다.

이번 총선의 키워드는 누구나 알고 있듯 “정권 심판”이었다. 국민을 우롱하고 해친 정부, 더이상 눈 뜨고 볼 수 없는 만행을 보인 2년간의 윤석열 정권에 대한 분노를 국민의 무기인 투표로 심판하는 선거였다. 지역구인 서구(을) 캠프의 유세차에 올라 시민들께 외친 기억을 떠올린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야 마땅할 선거가 그런 호소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현 정부가 얼마나 못했는지에 대한 비판뿐입니다. 선거는 국민이 새로운 대리인을 선출하는 축제여야 하는데, 우리에게 그 축제마저 앗아간 저 정권이라면 우리도 심판부터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그 심판의 여론과 국민은 승리했다. 하지만 하루빨리 가장 큰 숙제들을 처리하고 각자 지역구 대리인의 역할을 다하지 않으면 4년 뒤에 역풍으로 다가올 새로운 심판론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수많은 국민이 한목소리로 외친 심판을 승리의 기쁨으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먼저, 이제부터 해야 할 일들이다.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채상병 사건 등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든 사건들에 대한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의대증원에 대해서도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투표장에 입장도 못한 강력한 무기, ‘대파’로 대유되는 물가와 민생에 대한 가시적인 변화와 성과 또한 놓쳐서는 안 될 우리의 약속이다. 허점투성이로 지방을 굶긴 부자 감세와 R&D 예산 삭감 그리고 전세사기 등 우리 민주당이 지지를 호소한 명분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음은 변화해야 할 것들이다. 김건희 일가의 방향으로 변경된 양평고속도로 및 각종 개발 특혜 의혹, 주가 조작과 명품백 수수 혐의 등 특혜와 비위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것들을 심판해 국회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보다 더 청렴하고 보다 더 떳떳한 국회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상대는 또 내로남불이라는 프레임을 가져올 게 뻔하다.

마지막으로 품어야 할 것들이다. 경선 과정에서 챙기지 못한 당원과 범야권을 포용해야 한다. 모든 과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범야권과는 합당만이 능사가 아니며 끈끈한 연대로 한목소리를 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이상향인 200석을 만들지 못한 만큼 당 내외로 모든 세력과 지지층이 합심해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보수가 108석이라고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단정을 지을 수만은 없다. 여러 후보들이 정권 조기 종식을 외쳤던 선거지만 방법론적인 설득력은 부족했다.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

새로운 국회뿐 아니라 지방의회에도 숙제가 있다. 한 국민의힘 후보가 구의원 폐지라는 공약을 걸기도 했던 치욕스러운 선거였다. 지방선거로부터 2년 정도 지나는 시점, 이제 모든 지방의회가 새로운 원 구성을 앞두고 있다. 앞선 중차대한 과업의 해결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지방의회의 행실부터 더 완곡한 모습으로 협력해 대한민국의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소위 말하는 줄서기는 이제 끝났다.

189석의 범야권 당선자를 만들어 준 국민의 선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너진 민생, 무너진 민주주의,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또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지역발전을 이뤄달라는 책임을 준 결과다. 그럼에도 접전이 많았다는 것과 빼앗긴 지역구가 주는 씁쓸함은 우리 민주당이 축배를 들기에 이르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섭섭하지 않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어서 일하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