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동 ‘시민아파트’ 구체적 보존 논의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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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광천동 ‘시민아파트’ 구체적 보존 논의 지지부진
들불야학 근거지·윤상원 열사 거주
광천동재개발구역 내 ‘보존’ 결정
‘역사공원’ 조성 등 실무협의 전무
“세부계획 세우고 사회적 합의를”
  • 입력 : 2024. 04.28(일) 18:20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80년 5월 당시 윤상원 열사가 활동했던 들불야학의 옛터인 광주 서구 광천시민아파트와 광천동 성당(왼쪽 위) 일대. 나건호 기자
광주 광천동 재개발 구역에 포함된 들불야학 근거지 ‘시민아파트’에 대한 구체적인 보존 방안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6월까지 주민 이주가 마무리되면 일대 건물에 대한 철거 작업이 본격화될 예정이어서 보존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광주 서구와 광천동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재개발조합) 등에 따르면 광천동 재개발 사업 정비계획 변경 입안을 위한 재개발조합의 정기총회가 지난 2월 개최됐다. 총회 안건에는 시민아파트 보존을 위한 정비구역 변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총회에서 정비계획 변경,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 총 7개의 안건이 올랐다. 시민아파트를 보존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비구역 변경안을 의결받았다”고 밝혔다.

시민아파트는 1971년 6·25 피난민이 모여 살던 판자촌 일대에 지어진 광주 최초의 연립아파트다. 광주·전남 최초 노동야학인 들불야학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중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했던 윤상원·박용준 열사가 살았으며,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던 박관현 열사와 김영철 5·18 시민군 기획실장도 이곳에서 거주하며 활동을 펼쳤다.

당초 재개발 구역에 포함돼 철거될 예정이었던 시민아파트는 지난 2021년 광주시·서구·천주교광주대교구·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이 4자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보존 방안을 논의키로 하면서 간신히 철거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협의체 구성 이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회의 등 실직적인 논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

시민아파트 가, 나, 다 3개동 중 나동을 보존해 역사공원으로 지정하고 해당 건물을 리모델링해 전시관 등으로 만든다는 ‘큰 틀’만 잡혔지, 관리 주체 및 역사공원 조성 등 기본 구상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들불야학이 시작됐던 광천동성당 교리실 역시 ‘복원’하는 방향으로 최초 협의된 후 진전이 없다. 이 탓에 정비계획 변경이라는 1차 관문을 넘었음에도 난관은 첩첩산중이다.

서구 관계자는 “지자체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재개발조합 측이 정비구역을 기존 철거 안에서 보존 안으로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이에 대한 재개발조합의 정기총회가 지난 2월 이뤄진 것”이라며 “올해 안에 실무협의체 운영 등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민아파트 보존안 반영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조합 측은 정기총회 직후 서구에 정비계획 변경 입안을 제안했다. 관련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후에는 정비계획 변경 지정고시→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 단계를 거치고 착공에 들어간다. 서구는 이 모든 단계를 완료하는 시점이 내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정비계획 변경 입안 검토 과정에서 시가 주관하는 4자 실무협의체를 통해 시민아파트 구체적 보존 및 활용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면서 “해당 절차는 정비구역 이주·철거와 동시 추진된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1월 개시된 이주 기한은 6월3일까지로 시간은 넉넉지 않은 실정이다. 보존안이 최종 승인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사이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이주 기한 안에 모든 주민의 이주가 끝나긴 어렵다. 미이주세대에 대한 협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이주율은 약 60%다”며 “재개발사업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시민아파트 보존이 ‘최종 확정’이라고 볼 수 없다. 존치하는 방향으로 정비 계획을 변경하려고 진행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하루빨리 공식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 시민아파트 보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오월단체 관계자는 “실무협의체까지 구성됐는데 역사 공간을 보존하는 중대한 일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며 “본격적인 철거, 착공에 들어서기 전에 세부적인 보존 계획을 만들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천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광주 서구 광천동 일대 42만여㎡에 아파트 53개 동, 5611가구가 입주하는 광주 최대 규모 주택단지 건설사업으로 2025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