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 에코특수가치연구소 이사 |
가을맞이를 준비하고 있는 농민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논으로 밭으로 나가 일할 시기에 농산물의 가격이 들쑥날쑥하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가을 농번기로 접어든 지금의 농촌은 봄만큼이나 바빠지기 시작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해남은 고구마 수확이 시작되고 김장배추를 심는 농가가 늘어나 일손이 바빠지고 있다. 특수작물을 심어 가을과 겨울에 출하할 하우스 농가는 지금이 한창인 농번기 철이다. 요즘도 여름 가뭄이 이어지면서 남도 지방은 강수량이 부족해 밭농사에 애를 먹고 있다. 배추 모종을 심어놓은 농가는 매일 스프링클러를 돌려 물 공급을 해주어야 하고 과일농사는 마지막 병충해 작업에 돌입할 시기이다. 남도의 저수지마다 바닥을 보이고 있지만 다행히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라 물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부들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 논을 둘러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수확이 가까워질수록 물관리와 병충해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하고 틈 나는대로 논둑의 풀도 베어야 한다. 요즘 논마다 벼가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장관이고 콩밭에는 콩깍지가 여물어 가고 까맣게 익어가는 녹두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벌써 부자인듯하다. 올해는 일조량이 풍부해서 과일들이 튼실하게 달려 작년보다는 과일값이 터무니없이 높지 않고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다. 농촌의 가을 준비는 수확의 기쁨을 주는 농번기이기 때문에 봄보다는 훨씬 풍요롭다. 마을마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공동체 의식은 옛날이나 다를 바 없어 도시보다는 정이 넘치고 살 맛 나는 시골 생활이다. 요즘은 농촌에 살면서도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촌 내 기관에도 다양한 교육과목이 개설되어 있기 때문에 농사일을 마치고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얼마든지 수강할 수 있다. 가을을 준비하며 바쁜 일과 중에도 틈틈이 로컬 푸드에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마을 청년들을 보면서 본인만 부지런하면 도시보다도 소득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농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2년 넘게 진행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변화된 사회 환경 속에서도 농촌의 이웃사촌 정신은 오히려 공고해진 듯하다. 도시 생활이 고되고 힘들다면 이제는 과감하게 귀농·귀촌을 생각해볼 때인 것 같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함께 짓는 농사는 실패보다는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