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관계 인구’를 늘리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주민등록상 거주자가 아닌, 지역에 정기적으로 머물며 관계를 맺는 사람들, 즉 생활인구는 지역 공동체의 활력을 되살리는 열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라남도 함평군 대동면이 행정안전부의 ‘고향올래’ 공모사업에 선정돼 ‘두 지역살이’ 거점 조성에 나선 것은 관계인구를 늘리는 시도다. 전남도가 3년 연속 두 지역살이 분야에 선정된 것도 지역 체류형 모델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을 보여준다. ‘두 지역살이’는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살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귀촌이나 정착이 아닌 체류와 관계 중심의 접근으로, 인구 유입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이와 같은 체류형 전략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관광지 중심의 단기 방문을 넘어 지역 자원과의 지속적 연결을 유도한다. 특히 대동면은 철학자 최진석 교수가 운영하는 ‘기본학교’, 함평향교, 월산사 등 인문학과 전통자산을 아우르며 ‘살아보는 경험’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인문 강좌와 농촌 체험, 의례음식 프로그램 등은 방문자가 지역과 깊이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어 ‘관계 인구’의 확장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사업이 진정한 지역재생으로 이어지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지역민의 주도성이다. 체험 프로그램이 일방적 관광 상품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역 주민이 기획과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외부 체류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둘째는 행정의 지속적 지원과 조율이다. 공간만 조성하고 끝나는 방식으론 생활인구 유입이라는 성과를 담보할 수 없다. 정기적인 프로그램 운영, 숙박과 교통 등 편의시설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 전남은 이번 함평 사례를 계기로 두 지역살이 모델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관계 인구를 단순한 숫자나 이벤트가 아닌, 지역 미래의 중심축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진정한 의미의 ‘살고 싶은 농촌’은 관계 속에서만 탄생한다. 함평의 실험이 지역소멸 극복의 대표 사례로 자리잡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