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검은 연기에 숨막혀”…대피 주민들 ‘불안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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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금호타이어 화재>“검은 연기에 숨막혀”…대피 주민들 ‘불안한 밤’
광주여대 체육관…108세대·203명
“잠 편히 못 자고 불편한 점 많아”
귀가 후 집안 곳곳 검은 분진 걱정
광산구, 주민 피해보상 대책 마련
  • 입력 : 2025. 05.18(일) 18:21
  •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 텐트 앞에서 불을 피해 대피한 시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준 기자
“검은 연기가 계속 나와서 두렵고 목도 답답해서 몸만 챙기고 나왔죠”

18일 오후 찾은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 하룻밤 사이 대피한 주민 140여명은 밤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듯 텐트 안에서 뒤척이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체육관 중앙에 설치된 TV 뉴스를 보면서 걱정이 가득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피난온 주민들은 텐트 주변에 모여 둘러앉아 “하룻 밤 사이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불이 언제쯤 꺼지려나”, “집이 걱정된다”며 하소연했다.

광산구청 직원들과 자율방재단 봉사자들은 도시락과 생수, 구호물품을 옮기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17일 오전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주변 지역까지 매캐한 냄새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주민들은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재난 문자가 계속해서 전송되자 불안한 마음에 짐을 싸서 대피소로 향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인근 서라아파트에 거주하는 임모순(80)씨는 “검은 연기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와 집에 혼자 있기에 불안해서 대피했다. 외딴 곳이라 잠도 편히 못 자고 불편한 점들이 많다.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피소에 설치된 의료지원반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50여명이 찾아왔다. 병원으로 이송된 주민은 없었지만 주민 대부분 고령층인 만큼 이후 몸 건강과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이 걱정거리였다.

남편과 함께 대피한 한상숙(70)씨는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가 너무 무섭고 목도 답답한 것 같아 대피했다”며 “집에 비해 화장실도 너무 멀고 식사도 마음대로 하지 못해 불편할 것 같다. 빨리 불이 꺼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집으로 돌아간다해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이들을 걱정에 휩싸이게 했다. 바로 집안 곳곳과 외부에 쌓인 검은 분진이다

주민 이규열(84)씨는 “어제 검은 연기가 너무 많이 올라와 아직도 눈 앞에 선하고 고무 탄내가 여전히 코끝에 맴돈다. 집에 돌아가도 실내와 베란다, 창문 등에 쌓인 검은 재 등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대피소 누적 입소자는 108세대, 203명이다. 광산구는 체육관에 텐트 129개를 설치하고 주민 희망 시 자율적으로 입·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18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여자대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 이정준 기자
앞서 지난 17일 오전 7시 11분께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공장면적 부지 23만㎡ 중 50% 이상인 14만952㎡가 소실됐다. 18일 오후 2시 50분 기준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31시간 40여분 만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의 초진에 성공함에 따라 대응단계를 1단계로 하향했다.

광산구 등 관계당국은 대피소를 오는 19일 오전까지 운영할 예정이며 연기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을 위해 피해보상과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