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 혁신도시, 상생의 가치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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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빛가람 혁신도시, 상생의 가치 회복해야
이용규 논설실장||용역 반발 발전기금 조성 난항||전남도 나주시 기반조성 명목||600억대 복합센터 설립에 적극적||파트너십 없는 독주에 원팀 무색||이름만 혁신도시, 상생 정책 감감||지방선거 의식 정치적 접근 안돼
  • 입력 : 2021. 10.28(목) 17:23
  • 이용규 기자
다시 빛가람 혁신도시 얘기를 꺼낸다. 최근 나주시가 빛가람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 건립 계획과 혁신도시 시즌 2 공공기관 이전에 목청을 높여 새삼스럽게 광주·전남 상생의 정신이 떠올라서다. 당연히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혁신도시 시즌2가 문재인정부 임기내 완료돼야 하는 것에 백번 공감하면서도, 전남도와 나주시가 용역 과업 범위를 명분으로 혁신도시 발전기금 용역 최종 보고회를 거부한 이율배반적 태도에 떨떠름하다. 화수분처럼 마르지 않는 공공기관 지방세(2014년~20년 4570억)위력을 실감하고 있는 나주시의 그 속내는 충분히 알겠으나 너무 이기적인 모습에 정서적 공감이 쉽지 않다.

빛가람 혁신도시라는 큰 그림에서 발전기금, 복합혁신센터, 공공기관은 톱니바퀴의 한 축으로 밀접한 관계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상생도 배려도 없고 경쟁만 존재한다. 그것도 행정기관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적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겨쳐지는 무례가 불편할 따름이다.

혁신도시 복합혁신센터는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한 기업‧대학 연구소 등을 유치 지원하는 광주·전남지역 성장 컨트롤타워의 하드웨어다. 혁신도시내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로 내년 1월 착공에 들어가 창업 인큐베이터·산학연 발전센터· 혁신도시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발전재단이 입주하는 등 혁신도시를 상징하는 공간이될 예정이다.

복합혁신센터 사업비는 당초 2017년 282억원이었으나 전남도와 나주시가 공공기관 직원들의 수요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수영장 등 사업을 추가해 62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남도와 나주시의 뜻대로 그려진 설계안은 지방비 부담액을 크게 늘렸다. 사업비의 50% 지원을 규정한 국토교통부의 지침이 축소되면서 국비 190억원, 광주와 전남은 각 50억, 혁신도시 지방세 통장을 갖고 있는 나주시가 336억원을 충당했다. 웅장한 건물을 확보할 나주시로는 공공기관 지방세 세수와 광주와 전남도의 부담금까지 받아냈으니 도랑치고 가재 잡는식의 일석이조다. "공공기관 세수를 혁신도시 기반 조성하는데 다써버려 돈이 없다"고 늘 죽는 시늉을 하던 전남도와 나주시는 덩굴째 굴러들어온 600억대 건물에 내심 "오케이, 땡큐"하는 분위기다. 갖가지 이유로 악착같이 발전기금 조성을 회피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말의 염치라곤 찾아 볼 수 없다. 나주시는 혁신도시 조성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자치단체다. 현재 계획 인구 5만명에 미치지 못하나 지난해 전국 10개 혁신도시 기관이 위치한 지자체 중 지방세 수입이 '톱2'를 기록할 만큼 변모했다.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100년후 인구변화 대응 보고서도 거의 모든 전남지역이 인구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나주는 인구 증가 지역으로 분류됐다. 조건없이 한전을 양보한 광주시의 결단으로 빛가람 혁신도시에 한전을 유치하지 않았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혁신도시 상황으로서 상생은 백년하청이다.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의 화두인 원팀이라는 단어가 빛가람 혁신도시에 가장 절실한 말이 됐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전남도와 나주시의 끈끈한 연대에 의한 독주가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를 바로 잡는 과정은 불협화음, 진통으로 외부에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공론화에 금기어였던 발전기금 조성안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좌다. 민선 7기 광주시에 의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제쳤지만 도와 나주시의 지연 전략으로 변죽만 울리다 다시 표류하고 있다. 복합 혁신센터가 완공되는 2023년 이후에도 운영을 놓고 주도권 갈등이 예상돼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빛가람 혁신도시는 나주에 있다고 나주와 전남도의 것이 아니라 광주와 전남의 공동 상생의 장이다. 광주시가 혁신도시에 이름만 빌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 나주시와 나주시의회가 혁신도시를 유치하기 위해 당시 광주전남발전연구원에 서명 약속했고, 2006년 광주시·전남도·나주시 3자가 당당하게 발표한 공동발전협약을 실천해야 한다. 그 토대가 발전기금이고, 이 기금에 의해 복합센터와 발전재단도 운영해나가면 된다. 그동안 파트너를 무시하는 근시안적인 것에 집착해 미래의 큰 그림을 훼손시켰다. 이름은 혁신도시인데 정책에서는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찾아볼 수 없는 역설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적 행위에 의해 상생 가치는 오염된 채 타협과 조정은 없고, 독단과 독식만 판치는 전투장이 돼버린 것이다. 혁신도시 SRF 갈등에 대해 나오고 있는 해석들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주시는 혁신도시 시즌2에 해당하는 공공기관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5년 한국전력을 유치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 부러워했던 광주·전남의 공동 정신이 전설이 돼버린 듯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에도 뻔히 읽히는 정치적 공학만 난무해 답답하다.

행정의 목적 달성도 중요하나 그 안에서 행정기관이 공문서로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 시민들은 행정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어떤 것을 믿어야하는 지.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