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맞춤형 지도… 학교-실업팀까지 체계적 육성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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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일반
선수 맞춤형 지도… 학교-실업팀까지 체계적 육성 시스템
세계 최강 우뚝 선 ‘광주 양궁’ ||3개 올림픽서 금 6·동 1개 수확 ||탁월한 기술·컨디션 조절법 전수 ||초교 6개팀·중학교 3개팀 저변 탄탄 ||기본기 충실히 다지며 단계별 성장
  • 입력 : 2021. 08.01(일) 17:05
  • 최동환 기자
안산의 어머니 구명순씨가 지난달 30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응원현장에서 안산의 3관왕이 확정되자 안산을 지도한 김성은 광주여대 양궁팀 감독에게 감사의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2런던올림픽 기보배(당시 광주시청)와 2016리우올림픽 기보배·최미선(당시 광주여대)에 이어 2020도쿄올림픽 안산(광주여대)까지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광주 양궁은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3개 올림픽에서 광주 출신 3명의 선수가 합작한 금메달 갯수만 해도 6개에 달한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양궁에서 광주 양궁이 차지하는 높은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광주 양궁이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뽐내는 이유는 뭘까. 헌신적인 지도자들의 선수 개별 맞춤형 훈련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 초·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양궁팀 운영이 선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 '스승' 김성은 감독 대기록 견인

광주 양궁의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과 안산의 도쿄올림픽 3관왕 달성은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스승인 광주여대 김성은(46) 감독 특유의 지도력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김성은 감독은 2000년 3월 6일 창단된 광주여대 여자양궁팀 감독으로 부임해 흔들리지 않는 지도 철학으로 일찌감치 '여자 신궁'의 산실로 만들었다.

각종 국내대회는 물론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최미연의 개인전 금메달, 2005년 세계대학선수권대회 진순영의 금메달 등 국제대회 우승자를 하나씩 키워냈다.

올림픽 금메달 3개를 따낸 기보배는 고교시절 슬럼프를 겪다가 광주여대에서 김 감독을 만나 꽃을 피웠다. 김 감독의 지도로 양궁에 눈을 뜬 기보배는 2010년 태극마크를 달고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2 런던올림픽 개인·단체전 2관왕,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개인전 금메달, 2016리우올림픽 단체 금·개인 동메달을 획득했다.

최미선 역시 김 감독의 조련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우뚝 섰다. 최미선은 광주여대 1학년때 세계 무대에 데뷔해 2015광주하계유니버나아드에서 개인 은메달을 획득한 뒤 2학년때 인 2016리우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빛 시위를 당겼다.

올해에는 안산의 도쿄올림픽 3관왕 조련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안산에게 자신의 지도 철학인 '빠르고 강한 슈팅 훈련'을 집중적으로 지도했고, 올림픽을 앞두고는 컨디션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김 감독은 "산이는 고등학교 때까지 슈팅 타임이 약 3초 정도였는데 대학 진학해서 나와 많은 대화와 비디오 분석을 통해 슈팅 타임을 빠르게 가야 될 것 같아 기술 지도를 했다"며 "산이가 천부적인 재능과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에 1.5초의 한 박자 빠른 슈팅 타임을 장착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활 시위를 오랫동안 잡고 있으면 잡생각이 나고 체력도 떨어지며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고 짧은 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안산에겐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김 감독은 또 "산이에게 올림픽 가기 전에 단체전 위주로 집중하라고 했지만 내심 3관왕 준비를 시켰다"며 "리우올림픽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간 최미선이 현지에서 컨디션 저하로 애를 먹은 경험을 겪었다. 그래서 매주 목요일 기술 지도와 장비 관리를 위해 진천선수촌에 가서 산이에게 화살 500개 발사 등 많은 훈련량을 주문하며 일부러 컨디션을 떨어뜨렸다. 무거운 어깨를 가지고 도쿄에 가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이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지도를 받은 양궁 제자들은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 6개와 동메달 1개를 안겼다.

●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광주여대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도 실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선재 광주여대 총장은 2014년 한국대학양궁연맹회장을 맡은 이후 대학 양궁 발전에 힘쓰고 있다. 이 총장은 광주여대 총장배 한국대학선수권 대회를 매년 개최하는 등 선수 육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힘입어 광주여대는 2012 런던올림픽 기보배, 2016리우올림픽 기보배·최미선에 이어 2020 도쿄올림픽 안산까지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며 한국 양궁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이는 국내 실업·대학팀 통틀어 최초의 대기록이다.

안산은 초·중·고·대학·실업팀으로 이어지는 광주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에 의해 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9개로 탄탄한 선수 저변을 자랑한다.

현재 광주에는 초등학교 6개팀(염주초(남·여)·유촌초(여)·두암초(여)·문산초(남)·성진초(남)·삼정초(남)), 중학교 3개팀(광주체육중(남·여)·동명중(여)·운리중(남)), 고등학교 1개팀(광주체고(남·여)), 대학교 2개팀(광주여대(여)·조선대(남)), 실업팀 2개팀(광주시청(여)·광주 남구청(남))이 양궁팀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은 문산초 4학년때 양궁을 시작하면서 기본기를 탄탄히 쌓았고 , 광주체중 시절에는 잘 자랄 수 있는 토대를 갖추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광주체고 때는 실력이 꽃을 피우며 전국 무대를 휩쓸었다. 광주여대 진학 후에는 기술적인 부분이 진화하며 그간 노력의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역 우수 선수에 대한 초-중-고-대학-일반팀의 체계적인 연계 육성 시스템 구축과 양궁 저변 확대를 꾀하며 광주가 양궁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성은 감독은 "산이가 초·중·고등학교에서 기본기와 단계별 기술들을 잘 배웠다. 이전 은사들의 공이 크다"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체계적으로 유망주를 육성하는 광주 양궁 시스템이 이룬 쾌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