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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이 죽었다는 마이즈루 침몰 현장, 그것은 개인의 불행이 아닌 인류의 불행이다. 그 역사를 후대에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 지난 1995년 일본의 영화 제작자 이토 마사아키 씨가 ‘아시안 블루’를 개봉했다. 50년 전, 미궁으로 빠져버린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다룬 영화. 수천 명이 사망하고, 일본이 고의로 배를 침몰시켰다는 무거운 내용이었지만 영화는 차분하고 절제된 화면으로 그날의 비극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철저하게 계산된 스토리를 통해 보여주는 일제의 만행도 어떤 영상보다 참혹했다. 우키시마호에서는 그날 무슨 일이 ...
2024.10.03 17:10“올해 야구 없었으면 우짜고 살았으까~.” 2024 프로야구 KBO리그가 144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 내내 선두를 질주한 KIA 타이거즈가 일찌감히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광주 팬들을 열광케 했다. 올해 87승 55패 2무로 2등과 무려 9경기차로 1위를 달성했다. 공수에서 고룬 활약을 보여준 KIA선수단의 활약에 큰 박수를 보낸다. 김도영 선수에겐 최고의 한해였다. 아쉽게도 ‘40-40 달성’은 무산됐지만 그만큼 팬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도영아, 니 땜시 살아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었고, 여성 ...
2024.10.03 13:19영화 ‘베테랑2’를 봤다. 전작 ‘베테랑1’을 재밌게 본 터라 속편을 기다렸다. 1편의 감독 류승완이 다시 메가폰을 잡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며 재벌 3세의 악행을 파헤친 정의감 넘치는 경찰 서도철(황정민)을 비롯한 강력범죄수사대 식구들이 다시 등장해 반가움을 더했다. 영화는 ‘해치’라고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인데, 그에게 피살된 이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제자를 성폭행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대학교수, 사소한 시비 끝에 임산부를 넘어뜨려 숨지게 한 주취자 등이다. 이들은 각각 거짓말로 법의 심...
2024.09.29 16:13“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전쟁 그 후다. 따뜻했던 가정은 사라졌고, 사랑스러운 아들딸은 처참하게 죽어 갔다. 죽은 가족의 빈 자리는 무너진 집보다 더 크고, 죽은 자는 산 자의 가슴 속에서 매일 매일 다시 죽는다….” 2007년 9월, 함평 출신 박노해 시인이 레바논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책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를 펴냈다. 글과 시와 사진으로 전하는 레바논의 진실. 그가 직접 목격한 레바논은 지옥이었다. 이스라엘 탱크는 레바논의 민가를 무차별 파괴했고, 하늘을 뒤덮은 전폭기는 무자비한 폭탄비를 쏟아부었다. 피 흘리...
2024.09.26 17:13지난달 1일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돼 있던 수입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주변 차량 42대가 모두 불타고 45대가 일부 불탔으며 아파트 주민 1581세대가 단수·단전 등 피해를 입었다. CCTV 기록을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화가 시작됐다. 충전중이 아니고 단순 주차 상태로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폭주 가능성은 낮고 외부 충격에 의한 배터리 손상으로 보기에도 해당 차량은 운행 없이 3일째 같은자리에 주차돼 있어 발화 원인은 불명. 화재가 대규모로 확산된데...
조진용 기자2024.09.25 17:35최근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섰다. 말 그대로 ‘금배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각 유통사에서 조사한 배추 가격은 한 포기에 평균 9321원으로 1년 전 이맘때보다 50.5% 올랐다. 시장과 마트에 유통되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소매가)을 넘은 지 오래다. ‘금배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폭등을 이끈 건 올여름 내내 이어진 폭염 때문이다. 여름 배추는 주로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되는데, 강원도마저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며 18~20도 수준인 배추 생육환경이 크게 나빠졌다. 겨울배추...
2024.09.24 17:50제봉 고경명 선생은 임진왜란때 왜병을 맞아 목숨을 걸고 장렬하게 싸우고 산화한 호남의 장수이자 의병이다. 그는 호남의병의 상징이기도 하다. 장흥 고씨 집안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장원급제했다. 벼슬길에 오른다. 그러던 중 1593년 왜란이 터졌다. 불과 이틀 만에 부산성, 동래성이 무너졌다. 당시 왕이었던 선조는 부랴부랴 가마를 타고 파주를 지나 평양성으로 몽진했다. 이때 벼슬길에서 물러났던 노년의 고경명은 의병 6700명을 모집한다. 왕을 구하기 위해서 였다. 그는 창평에서 출발해 서울로 진격하다가 일본군 6군 ...
2024.09.23 18:06프랑스의 문학평론가인 르네 지라르는 사회적 지위나 시공간적 거리가 가까울 때만 ‘경쟁’이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쟁과 갈등은 대부분 욕망을 바탕으로 생겨나는데, 욕망의 주체와 중개자 간의 사이가 멀 경우에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나, 가까울 경우 상대방의 욕망을 마치 자신의 욕망으로 모방하는 ‘소유모방’이 일어난다. 이의 경우 욕망의 대상이 동일해지며 서로 간의 경쟁의식이 치열해지게 되면서 갈등과 경쟁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주체들은 서로를 비방하고 제거하려고 노력하며 서로가 먼저 이 ...
2024.09.22 18:11“우리 앞길에는 탄탄대로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화와 번영으로 나가는 여정에 언제나 지금처럼 두 손을 굳게 잡고 함께 나갈 것입니다.” 지난 2018년 9월 19일 오전 11시 20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입장해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성명을 발표했다. 9·19평양공동선언. 그 해 4월 27일과 5월 26일 두 차례 열렸던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간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4번째 정상회담이 만든 기적이었다. ...
2024.09.19 17:35지인이 추석선물이라며 조청과 식혜를 보내왔다. 피자, 치킨보다 옥수수, 고구마를 더 좋아하는 입맛인지라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기 그지 없었다. 조청이나 식혜는 김치, 된장, 젓갈, 전통주처럼 삭히고, 익히고, 빚고 기다려야 하는 발효음식 가운데 하나다.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발효는 신비롭다. 식품이 발효하면서 생기는 다양한 영양소는 향은 물론, 몸속의 노폐물을 씻어주는 정장 효과도 탁월하다. ‘제3의 물결’로 잘 알려진 문명평론가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제1의 맛은 소금, 제2의 맛은 양념,...
2024.09.18 15:18“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이십 리를 걸어 열하룻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 시인 노천명이 ‘장날’을 발표한 것은 1938년. 차가운 성격에 고집까지 센 그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어릴 적 고향이나 토속적인 문화 등은 끔찍하게 사랑했다고 한다. 이 시에서도 그는 새벽에 집을 나서야 추석 대목 장을 볼 수 있는 궁벽한 시골 마을, 넉넉치 않은 살림이지만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대추나 밤을 팔러 나가는 모습을 서정적으로 그려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미당 서정주도 여유로움과 정겨움이 ...
2024.09.12 17:59나는 오랫동안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왔다. 기자라는 직업은 매일매일 새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글쓰기는 나의 삶이자 정체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나는 아직도 글을 잘 쓰고 있는가?” 단순히 기술적인문제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혼자서 글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챗GPT’라는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한다. 때로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장을 척척 만들어내고, 머릿속에서 혼란스럽게 떠돌던 생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
2024.09.11 17:49상처를 입거나 동물의 의해 먹히면 성장을 멈추고 잠을 자는 산속의 영물(靈物)이 있다. 환경이 적합해질 때까지 몇 년이고 잠을 잔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4년까지 잔다. 예로부터 하늘이 점지해야 눈에 보인다는 영물인 산삼(山蔘) 이야기다. 산삼은 ‘산에서 나는 삼’이라는 뜻으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깊은 산에서 백 년을 넘게 산다는 신령스러운 생물이다. 삼(蔘)은 생장 환경과 여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천종산삼(天種山蔘)’, ‘지종산삼(地種山蔘)’, ‘인종산삼(人種山蔘)’이 그것이다. ‘천종산삼’은 인위적인 어떠...
2024.09.10 17:181993년 한국 프로야구판에 걸출한 신인이 등장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다. 1차 지명을 받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종범은 데뷔 첫 해부터 공수주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쳐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같은 해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해 신인으로는 김정수 이후 두 번째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1994년에는 타율 0.393으로 타격왕을 차지했고, 84도루로 역대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면서 타격 5관왕으로 MVP에 선정됐다. 1997년에는 30홈런 64도루라는 역대급 기록을 남겼다. 1998~2001년 일본 주니치에 몸 ...
2024.09.09 18:03지난 7월부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문화에 국경이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18세기 절대왕정 시대 프랑스 구중궁궐의 이야기를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마리 앙투아네트-어느 평범한 여자의 초상’이라는 소설로 엮었다. 이를 다시 일본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1972년 실제 역사에 창작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전설적인 작품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탄생한다. MZ세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으나 80년대 초중반생에게까지는 화려한 궁정문화와 프랑스 혁명을 알린 기수 역할을 했다. 2012년 영화...
2024.09.08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