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 있는 MoMA 내부 모습. 차노휘 요즈음 항공편을 검색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제, 스페인 마드리드로 목적지를 정했다면 오늘은 터키 이스탄불로 바꾸는 식이다. 그제는 호주 시드니로, 이틀 전에는 뉴욕으로… 여행기간은 50일. 추천항공노선과 가격이 제시되면 다시 '최저가' 순서로 줄 세운다. 환승을 한 두어 번 해야 하는 최저가격 항공요금도 만만치는 않다. 포스트코로나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약이 망설여진다. 코로나 이전에는 떠나기 3개월 전부터 항공과 숙박요금을 미리 계산한 것과는 다른 태도이다. 빈번하게 목적지를 바뀌지만 검색 도시는 과거에 다녀왔던 곳으로만 한정한다. 경로의존성이라고 해야 할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한번 갔던 곳에서 대처 능력이 더 탁월할 거라는 환상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코로나를 의식하고 있다. 그...
편집에디터2022.04.14 15:414.19 광주 학생 시위 최대 격전지인 광주경찰서(현 동부경찰서 자리)에 1천여 명의 시위대가 모여 들었다. 4.19당시 광주고 정문 곡 민주주의 시위 4.19혁명 기념탑 곡(哭) 민주주의 장송 시위 1960년, 3·15 정·부통령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자 광주의 민주당 전남 도당은 투표소 참관인의 철수를 지시한 후 '부정선거 규탄 거리 시위'를 하자는데 뜻이 모아진다. 그래서 제작된 플래카드가 '곡(哭) 민주주의'였고, 훗날 민주주의 장송(葬送) 시위(데모)로 불리게 된 이유가 된다.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주의 장송 시위는 전국 최초의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였다. 당시 민주당 중앙 당사에서는 4시 30분 선거 무효를 선언했고, 마산에서는 이보다 앞선 3시 30분에 선거 무효를 선언한 후 시위가 시작된다. 그러나 민주당원이 중심이 된 금남로의 광주 시위는 이보다 앞선 12시...
편집에디터2022.04.13 17:16연홍도와 선착장 전경. 파랑과 빨강 계열의 지붕까지도 예술작품으로 변신했다. 이돈삼 연홍도(連洪島)는 미술의 섬이고, 예술의 섬이다. 예술의 섬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일본의 나오시마를 떠올리게 한다. 고흥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사이에 있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고흥군 금산면 신전리에 속한다. 바닷가에 가면, 안 쓰는 물건이나 폐품이 버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다. 연홍도는 버려지거나 쓰지 않는 어구를 활용해 미술작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마을이 온통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집의 파랑과 빨강 지붕까지도 미술작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갖가지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섬길.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함께 예술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돈삼 갖가지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섬길.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함께 예술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돈삼 연홍도는 섬 속의 섬이다. 고흥의 끝자락,...
편집에디터2022.04.14 14:58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객이 "현대 미술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요?"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과연 현대 미술은 어디까지 한계를 지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스물아홉번째 칼럼을 써내려간다. 우리는 어떻게 '예술(ART)'이라는 도구를 통해 개인의 의식과 사회적 변화 나아가 삶으로 연결시키며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시도할 수 있을까? 그러한 생각은 자신의 삶과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 미술가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b.1946~)의 작업들을 떠올렸다. 그의 부모님은 구 유고연방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고 건국에 앞장선 군인이었던,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1960년대 유고슬라비아 예술가로 활동하였다. 이후 1970년대 유럽전역으로 예술 활동 영역을 넓혔고, 기존의 시각예술의 정형을 깨는 삶과 죽음에 ...
편집에디터2022.04.03 16:46양파수확작업. 무안군 제공 양파를 끝까지 벗기면 무엇이 남을까? 마늘이나 쪽파도 마찬가지다. 씨앗이 들어있는 씨방이 나오는 것도 아니요, 무화과처럼 속으로 핀 꽃이 들어있는 것도 아니다. 끝까지 가면 아무것도 없다. 분명 실체가 있어 벗겨 내려갔는데 마지막 종착지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허만이 남아있다. 양파 하면 떠오르는 우화가 도스트예프스키의 '양파 한 뿌리(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이다.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 우화는 지옥에 대한 도스트예프스키의 생각을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수호천사가 찾아낸 양파 한 뿌리가 희망일 수 있다는 뜻이다. 생전에 선행을 많이 한 사람들과 비교하면 불공정한 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누구나 양파 한 뿌리 정도의 희망이 있다는 뜻이라고나 할까. 물론 전제가 있다. 마지막 남은 희망일지라도 독식하지 않고 서로 나눌 수 ...
편집에디터2022.03.31 15:59하늘이 돌고 땅이 돌아 모든 것이 어디론가 가버렸을 것만 같은데 또 다시 그 계절은 찾아와 유혹한다 꿈속에서 한 평생을 살았는데 또 다시 이 봄날이 불러들이는 것을 어찌할까 이것 또한 꿈이려니 생각해야겠지만 마음은 벌써 봄바람을 타고 두둥실 이다 선산의 무덤가에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난 꽃들이다 잠깐만이라도 이 꽃들에 묻혀 누워 있고 싶었지만 조상님을 기리는 시제의 날이라서 간단한 제수를 먼저 올렸다 조상님들에게 한 잔 올리고 산신령에게도 한 잔 올리고 나도 한 잔 마시고 이 꽃들에게도 한 잔...
홍성장 기자2022.03.31 15:09고광순 부대가 사용한 의병기 '불원복기' 고광순 묘(대전 현충원) 녹천 고광순 의병장 초상화 창평 유천리에서 태어나다 호남은 임진의병에 이어 한말 최대 의병 항쟁지였다. 전라도는 1908년 일본군과 전투 횟수의 25%와 의병 수의 24.7%를, 1909년에는 전투 횟수의 47.2%와 의병 수의 60%를 차지하였다. 따라서 전라도는 어디도 의병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시기 가장 돋보이는 활동을 한 분이 전라도 의병의 선구자로 불리는 녹천 고광순이다. 일제하 호남 8대 의병장으로 불린 녹천 고광순(高光洵, 1848~1907)은 1848년 창평현 현내면 유천리(현 담양군 창평면 유천리)에서 고정상과 광산 김씨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다. 창평은 임란 당시 부친 고경명과 함께 거병한 후 금산전투에서 순절한 학봉 고인후(高因厚, 1561~1592)의 처가였다. 인후가 순국...
편집에디터2022.03.30 16:42제주여객터미널. 차노휘 제주의 시작이자 끝인 섬, 제주올레 18-1 추자도(18km) 걷기 추자도는 상추자도, 하추자도, 횡간도, 추포도 등 사람들이 사는 4개의 섬과 38개의 무인도가 모여 있는 군도이다. 1271년(고령 원종13)까지 후풍도(候風道)라고 불리었으며 제주로 갈 때 거센 바람을 피하던 섬이었다. 예전에는 전라남도에 속해 있다가 제주도 행정구역으로 들어온 것은 100년 정도 된다. 추자도 올레는 추자도의 가장 큰 두 섬,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지난다. 두 섬을 추자교가 연결한다. 추자도 여행자센터. 차노휘 올레의 마지막 여정 나는 바람이 강해서 파고가 높은 날 추자도에 도착했다. 2주일 전부터 추자도 행 배편을 예약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전날에도 상추자도로 가는 9시 30분 쾌속선을 타기 위해 제주여객터미널로 걸어가고 있을 때 출항할 수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
편집에디터2022.03.24 16:42얼른 생각하기에는 신분도 높고 지혜도 뛰어난 오키의 도공들이 만든 품위 있는 다기가 훨씬 뛰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조선의 잡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역시 결과만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낳게 한 원인과 과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데서 오는 패배일 것이다. 즉 밖으로만 모방할 뿐 안으로부터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것이다. 새삼스럽게 조선인처럼 가난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고 또한 잡기를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맛에 사로잡힌 부자유한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참된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아...
편집에디터2022.03.24 14:40벽파마을 전경. 벽파방조제에서 바라 본 풍경이다. 이돈삼 진도대교를 넘어 해안도로를 따라 벽파마을로 간다. 지난 주말이었다. 울돌목에서의 명량대첩을 앞둔 이순신이 벽파진에 머물던 그때처럼 비가 뿌리고, 된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지경이다. 이순신은 1597년 8월 29일, 양력으로 10월 9일 벽파진에 통제영을 설치했다. 이순신은 울돌목으로 수군진을 옮기기 전까지, 여기에 머물며 명량에서의 전투를 그렸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조선을 구하기 위해서. 벽파마을 전경. 벽파방조제에서 바라 본 풍경이다. 이돈삼 이순신은 명량대첩을 하루 앞둔 9월 15일(양력 10월 25일) 조수를 타고 우수영 앞바다로 진을 옮긴다. 울돌목을 등지고 진을 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군사와 배로 많은 수의 일본군과 일본의 전선에 맞서려면 울돌목의 좁은 해로가 제격이라는 판단...
편집에디터2022.03.24 14:43거시기와 머시기 대처나 참말로 거시기하네야. 저 머시냐 거시기, 그랑께 아무리 그란다고 진짜로 거시기해블믄 어쩌자는 것이여? 여기서의 '거시기'는 무엇을 말할까? 남도 지역에서 '거시기'가 빠지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다. 거시기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이다. 작은 단위든 큰 단위든 일정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굳이 특정하거나 지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상이나 정서를 말한다. 담화표지(discourse marks) 중에서 이만큼 스펙트럼이 넓은 지시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사전에서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편집에디터2022.03.17 17:13열화정의 동백 간밤에 일진 광풍이 몰아갔으나 창밖은 그대로이고 어김없이 봄은 또 찾아온다 세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아 봄바람을 타고 남녘으로 와라 여기저기서 꽃망울이 터질 기세다 매화도 피고, 산수유도 피기 시작하지만 열화정의 동백이 우리와 함께 겨울을 견디고서 붉디붉은 꽃들이 눈물이 되어 떨어진다 가지에 매달고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가 더 운치가 있어 보인다는 동백 봄의 전령사라 일컫지는 않지만 연못 위에 붉은 꽃수를 놓고 있는 모습도 놓치지 말자 요즘 신세대들에게도 나름대로의 감정이 있겠지만 '동백아가씨'라는 노래가 국민가...
편집에디터2022.03.17 14:33호남 보건교육의 메카, 광주보건전문대학교 전경 평생 교육의 외길을 걸은 정부 학장 서원전문학교 시절 입학식 간호학과 예비 의료진 코로나19 시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내는 보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 국민의 건강이 중요함을 절감하고 호남 최초의 보건대학을 설립한 분이 있다. 정부 박사가 그다. 그러나 오늘 정부 박사를 아는 자는 거의 드물다. 호남 최초로 보건대학을 설립한 정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평생 교육의 외길을 걷다 정부(鄭 , 1911~2012)는 1911년 12월 8일 전남 함평에서 출생한다. 호는 남재(南齋)다. 16세 때 전남 함평군 문장리의 귀밀교회 교회학교를 통해 기독교에 입문한다. 교회는 신앙 활동의 근간이었지만, 교육 기회가 적었던 당시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숭일학교 보통과를 졸업한 그는 1...
편집에디터2022.03.16 16:48무안 삼향 초의기념관에 복원된 일지암. 이윤선 연하(烟霞)가 난몰(難沒)하는 옛 인연의 터에/ 중 살림 할 만큼 몇 칸 집을 지었네 못을 파서 달이 비치게 하고/ 간짓대 이어 백운천(白雲泉)을 얻었으며 다시 좋은 향과 약을 캐나니/ 때로 원기(圓機)로써 묘련(妙蓮)을 펴며 눈앞을 가린 꽃가지를 잘라버리니/ 좋은 산이 석양 노을에 저리도 많은 것을. 초의선사가 일지암을 짓고 지은 시라 한다. 일지암을 아는 사람들은 이 시가 형용하고 있는 풍경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짙은 운무 출몰하는 비경과 초암에 앉아 차 한잔하는 즐거움이 보이지 않는가. 대흥사 일지암이 지금은 운용의 묘를 살린 탓인지 여러 채의 절간들이 들어서 있지만, 그 중심은 예나 지금이나 초암 곧 일지암에 있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각양의 인사들과의 교류가 낳은 총화라고나 할까. 여기에 초기 카톨릭의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광양 추산마을 전경. 남도의 명산 백운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이돈삼 완연한 봄날이다. 새봄에도 가볍게 다니려면 건강을 챙겨야 한다. 고로쇠 약수가 떠오른다. 효능은 이미 입증됐다. 자당과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 철분 등 무기물을 많이 머금고 있다. 비타민 B1, B2, C도 많이 들어 있다. 뼈에 이롭다. 위장병에도 특효가 있다. 골리수(骨利水)로 불린다. 고로쇠 약수 한 사발을 그리며 광양 추산마을로 간다. 백운산 자락은 고로쇠 약수의 본고장으로 통한다. 마을 담장부터 다르다. 도선국사와 고로쇠 약수에 얽힌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 놓았다. 좌선을 오래 한 도선이 다리를 펼 수 없었는데, 수액을 마시고 기운를 되찾았다는 이야기다. 다섯 토막의 삽화로 고로쇠 약수의 효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을에 사는 동양화가 김정국의 솜씨다. 이 약수로 담근 된장, 간장, 고추장도 ...
편집에디터2022.03.10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