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별안간 광주서 수상한 집회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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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별안간 광주서 수상한 집회 나섰다
턴라이트, 총선 조작 주장… 24일 유스퀘어서도||시민 무관심… "지역감정 조장하며 일 꾸미는 듯"
  • 입력 : 2020. 06.23(화) 16:47
  • 오선우 기자
2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치안센터 앞에서 4·15총선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보수단체 관계자들에게 광주시민들이 반박하고 있다.
보수단체가 4·15총선을 이유로 광주에서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광주시민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 5·18민주화운동 폄훼 집회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갑자기 광주서 총선 조작 주장

보수단체 '턴라이트'는 23일 오후 1시께부터 광주 동구 충장치안센터 앞에서 마이크와 손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4·15총선은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독재정권", "4·15총선은 물론 앞선 지방선거와 대선까지 모두 조작됐다 내용이 담긴 연설을 1시간30분가량 지속했다.

이날 소규모 인원만 동원한 이들은 "보수·진보를 따지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민주화운동의 고장 광주" 등의 멘트로 시민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 "멘트 등 지역에 따라 민심에 맞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최대한 광주시민들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다른 지역에서는 선고 조작 문제와 관련해 활발한 집회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광주에서도 꼭 시위나 집회 등에 동참해야 한다"며 시민들을 선동하는가 하면, "다음 주나 다음다음 주에는 더 많은 인원을 데리고 와 집회에 나서겠다"며 지속적인 행동을 예고했다.

이들은 오후 4시께 충장우체국 앞에서 한 차례 더 연설을 진행했다. 24일에는 유스퀘어 광천터미널에서 행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날 이들의 모습은 유튜브 영상으로도 동시 송출돼 실시간 채팅으로 후원금을 직접 유튜버에게 제공하는 '슈퍼챗'을 유도하기도 했다.

●지역감정 조장에 연막작전 의혹

광주시민들은 별안간 광주에서 총선 조작을 주장하며 열변을 토하는 이들에게 "황당하다", "당황스럽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민 이모(64)씨는 "길을 지나다가 총선이 조작됐다는 황당한 소리가 들려 도대체 뭐하는 중이냐고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다"면서 "이를 두고 광주시민의 관심이라고 치부하는 저들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갑자기 광주에서 뭐하는 짓인가 싶다"고 했다.

보수단체 관계자들에게 직접 따지며 반박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들과 잠시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 김모씨는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소리에 뭐 하는 사람들인가 들어보니 보수단체였다"면서 "쓸데없이 지역감정을 조장해 분란을 일으키려는 행동을 두고만 볼 수 없어 따졌다"고 했다.

이들의 연설을 자세히 들어보고 허점을 지적하는 청년도 있었다.

대학생 A씨는 "가만 들어보니 광주시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보수에서 내려보낸 행동대원이나 다름없는 것 같다"면서 "총선이 조작됐다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데, 하나같이 뚜렷한 증거나 설명 없이 주장만 반복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이들의 광주행을 두고 5·18 폄훼 등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는 보수단체의 선제 행동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오월단체 관계자는 "지금 서울에서는 여러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보수·진보 간 집회 싸움이 한창이다. 그동안 소홀했던 광주에서의 행동을 개시하려는 것 같다"며 "여력이 없어 갑자기 5·18을 걸고넘어지긴 그렇고, 사전 준비 겸 이미 허점투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총선을 들먹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