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김동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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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김동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동렬-영산강유역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
  • 입력 : 2020. 07.01(수) 14:26
  • 편집에디터
김동렬 영산강유역환경청 수질총량관리과장.
지난해 '겨울왕국2'의 인기는 최고였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거의 안 본 친구가 없고 한 번만 본 친구가 없을 정도였고 그 인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했다. '겨울왕국2'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엘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엘사는 물, 불, 바람, 땅의 정령을 진정시키며 나아가는데 이 중 물은 자연의 공간인 숲과 사람들이 사는 아렌델을 공간적으로 이어줄 뿐만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시간적으로도 이어주고 있다.

울라프는 "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대사를 통해 엘사가 물의 정령을 길들이고 한발짝 나아갈 수 있게 만든다. 제니퍼 리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물의 기억력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를 알게 되어 스토리에 접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럼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고 있는 물은 어떨까. 그 물도 우리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물의 사용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샤워를 하고 화장실을 가며 빨래를 한다. 사용된 물은 배수설비와 하수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다. 각 지자체에서는 계획구역의 1인 1일당 급수량, 계획인구 등을 고려하여 계획하수량을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시설용량을 설계하여 하수처리장을 설치한다.

1인 1일당 급수량이 약 300리터인 계획인구 100만명인 도시를 가정하면, 총 30만톤의 하수가 하루에 발생하고 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방류된다. 그리고 지엽적인 순환을 거치거나 범지구적인 순환을 거친 물은 다시 상수도를 통해 언젠가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오랫동안 하천수를 농업용수로 사용해오고 있는 우리로서는 먹는 것을 통한 순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하수 처리공정과 정수과정을 거친다 해도 한번 사용된 물이 모든 기억을 지우고 완전히 정화될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물의 사용량을 줄이고 깨끗하게 사용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이다.

계면활성제와 난분해성 성분 등이 함유된 샴푸나 세제의 사용량을 줄이고 제조과정에서도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절수기를 설치하고 샤워시간을 줄이고 빨래는 모아서 하는 소소한 습관은 물 사용량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일인당 물 사용량은 점차 늘어가고 있으며 주방용오물분쇄기 설치와 화장지 없는 화장실 문화 등으로 인해 오염부하량이 커지면서 하수처리장의 처리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방용오물분쇄기는 고형물의 80%를 수거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하수관로로 보내도록 불법 개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나 가정집에 설치되는 시설이다 보니 점검기관의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주민들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이러한 불법 개조를 하지 않을때 하수처리장 처리효율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노후화된 처리장을 개량하고 관로를 정비하고 있으며,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도 올해 2572억원을 투입함으로써 하수도 보급률 향상, 합류식 구역의 분류식화사업 지속 추진, 노후시설 대폭 개선 등 하수처리의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하수처리장 처리수를 재처리하여 공업용수 등으로 공급함으로써 물 부족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사용으로 인한 수익은 하수처리시설 공정 개선 비용 등에 재투입되고 안정적인 물 공급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대표적인 점오염원인 하수처리장 운영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여 하천 수질 개선과 수생태계 보전에 힘쓸 계획이다. 특히 상수원 및 수계 중심으로 단속역량을 집중시킴으로써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내 지자체의 하수도요금 현실화율은 매우 낮은 실정으로 하수처리장 설비 교체 등 관리개선에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어 손해가 누적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비 지원만으로 하수처리 효율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고질적으로 누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수도요금의 현실화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끝으로 정부, 지자체, 지역주민들이 다같이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깨끗한 물순환, 공평한 환경복지가 이루어지지라 기대하며, "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