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야구장"… 구호·함성 없어도 뜨거운 응원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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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반갑다 야구장"… 구호·함성 없어도 뜨거운 응원 열기
▶올해 첫 관중 맞은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관중들 몰려 ‘기대감’||발열검사·전자출입명부 QR코드 스캔 꼼꼼히||거리두기 탓 함께 온 아이와 따로 앉은 부모
  • 입력 : 2020. 08.04(화) 19:05
  • 양가람 기자
야구팬들이 4일 KIA타이거즈와 LG트윈스와의 경기가 열리는 기아챔피언스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 출입구에서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김양배 기자
 뙤약볕이 내리쬐는 4알 오후 3시30분 광주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 무인티켓발권기 앞. 경기 시작 세시간 전임에도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늘 한 점 없는 발권기 앞에 일렬로 선 시민들은 목에 건 휴대용 선풍기로 한낮의 열기를 식혔다.

 기념품 판매소 입장 대기줄도, 응원복에 좋아하는 선수 이름을 찍는 마킹 대기줄도 점점 길게 늘어졌다. 시민들의 싱글벙글한 표정은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았다. 출입문이 열린 오후 4시. KIA와 LG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입장했다. 발열 검사와 티켓 확인, 전자출입명부 QR코드 스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이 지체됐지만, 불평하는 시민은 없었다.

 이날 프로야구 KIA타이거즈는 홈구장에서 올해 첫 관중을 맞이했다. 광주시가 지난 3일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1단계로 전환하면서 제한적인 관중 입장이 허용됐기 때문이다. KIA는 KBO 매뉴얼에 따라 전체 수용인원 2만500석의 10%인 2050석의 입장권만 판매했다.

 온라인으로 판매된 입장권 예매 경쟁률은 치열했다. '직관'을 기다려온 팬들은 많지만 10%만 개방한 탓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수용 가능 좌석 2050석 가운데 1362석이 예매됐다.

 10개 구단 중 가장 늦게 문을 연 KIA의 관중 맞이는 신중하고 철저했다.

 챔피언스필드 곳곳에 경기진행요원 160여 명이 집중 배치돼 관중석을 관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명 정도에 불과했던 인원을 대폭 늘린 것이다.

 출입구부터 화장실, 매점 등지에도 거리두기 준수 스티커가 부착됐다.

 KBO매뉴얼에 따라 출입구를 일원화하고 체온을 확인해 37.5도 이상인 관중은 입장할 수 없게 했다. 다행히 이날 경기 전 체온 때문에 격리되고 발걸음을 돌린 팬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특별히 마련한 KIA 타월, 사인볼 증정 이벤트도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출입구에서 노란 타월을 받아든 시민들은 목이나 머리에 두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최근 경기까지 KIA가 낸 점수만큼 준비된 사인볼 350여 개는 입장 시작과 동시에 동이 났다.

 KIA 유니폼과 응원 머리띠까지 착용한 봉윤아(24·여)씨는 "선착순으로 타월과 사인볼을 준다는 소식에 오후 3시반부터 경기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화요일은 KIA의 승률이 좋은 요일인만큼 오늘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은 어린 관객도 있었다.

 6살 오승현 군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기아 최고"를 외쳤다. 하지만 "거리두기 탓에 아빠랑 떨어져 앉아야 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는 금방 눈물을 흘릴 것처럼 울먹였다.

 경기를 보기 위해 멀리서 온 관객도 있었다.

 본인을 'LG 찐팬(골수팬)'이라 소개한 박기형(42)씨는 8살 아들을 데리고 오전 8시에 서울 집을 나섰다.

 박씨는 "그동안 LG경기가 우천 취소되는 탓에 직관을 못했다"면서 "LG 응원을 위해 멀지만 광주 챔피언스필드로 왔다. 소문대로 쾌적하고 경기 관람하기엔 최적의 장소같다"면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주변에 마땅히 먹을 곳이 없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매점에서 핫바 등으로 허기를 채우고 (관람석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움도 전했다.

 코로나19로 관중석 내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면서 관중들은 간이 테이블 등 한정된 공간에서만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나마도 핫도그나 닭꼬치 등 간단한 요깃거리가 전부다. 야구장에서는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도 코로나19에 의해 깨진 셈이다.

 이날 응원석은 예전과 비교해 차분했다. 육성 응원이 금지된 탓이다.

 '야구장의 꽃'이나 다름없는 응원가를 못부르게 되면서, 재미가 반감되진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관중들은 자리에 앉아 박수와 손동작으로 응원을 하는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응원하는 선수들이 공격을 할 때마다 함성 못지 않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날 KIA팬들과 처음으로 만난 맷 윌리엄스 감독은 "홈팬 앞에서의 첫 경기라 선수들이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크다"며 "아드레날린이 솟고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팬들에게 꾸준하고 기복없는 야구를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