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정치권,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학 토론문화 배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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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정치권, 옥스포드+케임브리지대학 토론문화 배우길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16)'캠퍼스타운' 영국 케임브리지 방문기
  • 입력 : 2020. 10.19(월) 13:59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필자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 지난 1월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수행하고 영국 런던 북쪽 고풍스런 케임브리지를 방문했다. 반 총장은 케임브리지 대학 연합토론클럽이 주최한 명사 초청특강에 참석해 '지속가능발전과 여성문제'를 주제로 연설했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및 시오도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빌 게이츠 등도 이 특강에 참석했단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다. 강연장은 전통적인 영국 방식대로 중앙 통로의 좌우에 학생들이 마주 앉고 안쪽에 설치된 연단에 특강 인사가 위치하는 구조다. 필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케임브리지를 방문했는데 중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단과대학들이 인상 깊었다. 대학 건물 하나하나가 훌륭한 문화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케임브리지는 런던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져 있으며 옥스퍼드는 런던에서 70㎞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반 총장의 특강이 끝난 후 케임브리지 총학생회 초청으로 부근 오래된 현지식당에서 대학생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최근 들어 옥스퍼드 대학 출신들이 연속적으로 총리를 맡는 경향이 있다며 옥스퍼드 대학에 대한 경쟁심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당시 우리 일행이 머문 숙소도 목가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소박한 건물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옥스퍼드 대학에 비해 이과(理科)가 강하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뉴턴(I. Newton)도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총 31개 단과대학(college)으로 구성돼 있고 옥스퍼드 대학에는 39개 단과대학이 있다. 케임브리지 총학생회 초청 이후 옥스퍼드 총학생회도 반 총장을 초청 했지만 일정 사정으로 방문하지 못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이 반 총장을 먼저 초청해 행사를 갖는 데 대해 옥스포드 대학이 경쟁심을 느낀 결과로 보인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김대중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김 대통령은 1993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유학한다. 나중에 김 대통령이 머물던 기숙사 건물은 '김 대통령의 집(Kim's House)'으로 개칭된다. 그 현판식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남편인 에딘버러 공작이 참석했단다.

영국을 찾을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 핸들 위치가 오른쪽이라는 점이다. 이는 곧 차량의 좌측통행으로 연결되며 유럽 대륙의 시스템과는 정반대다. 1월말 영국을 방문할 때는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영-불 해저터널을 연결하는 기차(유로스타)를 이용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을 보다가 30분 정도 걸려 해저터널 구간을 통과한 후 영국에 도착하니 차량의 운행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11-12세기 무렵부터 운영되기 시작한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은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면서 세계 최상위권 대학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두 대학을 묶어 '옥스브리지(Oxbridge)'로도 불린다. 전 세계 대학순위에서도 두 대학은 최상위 10위권 내에 포함돼 있다. 몇 가지 수치를 더 들어보자.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 중 노벨상 수상자는 87명이고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경우 55명이니 두 대학 출신 노벨상 수상자만 140명이 넘는다. 총리의 경우 케임브리지 대학 출신이 15명인데 반해 옥스퍼드 대학 출신은 그보다 곱절인 28명이다. 유사한 경쟁구도를 보여주는 대학으로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단, 알파벳 순) 등이 있다.

영국은 최근 들어 코로나19의 미숙한 대응과 유럽연합(EU) 탈퇴의 졸속 결정 등으로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일찍이 대영제국을 경영했던 강대국이다. 17세기 중반의 청교도 혁명을 통해 의회민주주의 전통을 선도한 '뼈대 있는' 나라다. 100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건설적인 경쟁 속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을 보유한 영국이 부럽다. 케임브리지 대학생들은 평소에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훈련을 반복한다고 한다. 영국 국회의원들은 의회에서 여야가 서로 마주 앉아 의견을 표명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등 열띤 토론을 전개한다. 이런 중에도 그들은 질서를 지키며 상대방을 존중한다. 이는 학교 과정에서부터 오랜 기간 익혀온 결과다. 자유민주주의는 건전한 토론문화 속에서 제대로 싹트고 성장한다. 우리 대학에서도 주입식 강의보다 토론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국회에는 언제나 건강한 토론문화가 싹틀 수 있을까. 여야가 갈려 고함치고 욕설하는 곳에서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 진영 논리로 갈라치기 하는 후진적 삼류정치는 조속히 청산돼야 한다. 그건 올바른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