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기 방치 건축물 '새로운 모습'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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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장기 방치 건축물 '새로운 모습' 보일까
38년 방치된 주월동 ‘서진병원’ 건물철거소송서 승소||11년 방치된 마륵동 '서남대병원' 건물 5월부터 철거||광주시, 옛 적십자병원 매입… 역사문화교육공간으로
  • 입력 : 2020. 11.10(화) 17:36
  • 도선인 기자

38년 동안 방치됐던 광주 남구 주월동 서진병원 건물.

38년 동안 방치됐던 광주 남구 주월동 서진병원 건물을 철거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지면서 광주 내 오래돼서 흉물스러운 방치 건물이 하나둘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아직도 분쟁 중인 건물들이 상당해 광주시 자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판결에 따라 서진병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세인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광주시, 광주지방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A종합개발은 토지경매를 통해 서진병원 부지를 매입한 이후, 건물 소유주인 서남학원을 상대로 부지에 방치된 건물을 철거하라는 소송을 진행해왔다. 이에 재판부는 최근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서남학원은 대지 사용료 명목으로 매달 1천474만원을 A종합개발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이로서 광주시의 흉물 중 하나였던 서진병원은 그 모습을 바꾸거나 사라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A종합개발이 해당 건물을 낙찰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철거 여부가 결정난 것은 아니라고 보고 다. 실제로 A종합개발은 서진병원 측이 대지 사용료를 내면서 철거를 마냥 미룰 것을 대비해 건물에 대한 부동산강제경매 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서진병원 뿐만 아니다. 지난 2001년 착공한 이후 자금부족 등의 이유로 방치된 14층 규모의 '서남대병원' 건물 역시 지난 5월부터 철거가 진행 중이다. 서남대병원 부지에는 15~20층 규모로 373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14년째 방치된 서구 농성동 건물. 지난 2006년 주택전시관 등을 목적으로 공사가 추진되다 유치권 분쟁 문제로 중단됐다.

현재 광주시에 따르면 관내 공사가 중단돼 장기방치된 건축물은 9개다. 이중 철거가 진행 중인 '서남대 병원' 건물을 포함해 3층부터 6층까지 임시사용 허가를 받아 일반음식점과 사무실이 입주한 서구 화정동 건물, 내부 공사를 재개한 남구 방림동의 9층 건물은 활용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철거가 계획되거나 공사가 재개된 경우를 제외하면 '안전조치' 명목으로 방치된 건물은 총 5개다. 이중 광산구 삼거동에 교육 용도로 지어진 5층 건물은 최대 20년 넘게 방치되고 있었다.

실제로 서구 농성동 서구보건소 앞 사거리에 자리 잡은 한 건물은 지난 2006년 주택전시관 등을 목적으로 공사가 추진되다 유치권 분쟁 문제로 중단돼 14년째 방치되고 있다.

외부에서는 1층부터 3층까지는 간판이 설치돼 마치 완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나머지 층은 골조 형태만 남아 있어서 내부 구조나 에스컬레이터 등이 밖에서 보일 정도다. 이곳은 그동안 건축주가 3번이나 바뀌었지만, 공사는 진전이 없는 상태로 건물 외벽에는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안내문만이 내걸려 있다.

광주 광산구 삼거동(400-4)에도 5층짜리 건물 3개 동이 방치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서남대학교의 재단인 홍복학원이 지난 1996년 학교설립을 목적으로 공사를 시작됐지만, 1997년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었고 건물은 22년째 흉물로 남아 있다. 서남대학교는 지난 2002년 교육부로부터 설립계획 승인 취소 통보를 받았으며 2017년 학교법인 해산 명령까지 내려진 상태다.

해당 건물은 골조가 모두 다 드러나 있어 귀신이 나올법한 흉가처럼 매우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또 산에 둘러싸인 건물은 오랜 시간 방치되며 온갖 식물에 감겨 있었고, 건물 출입구가 어디인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건물은 경매가 진행 중이지만,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계속 방치되고 있다.

인근 주민인 박태진(43) 씨는 "주변에서 아파트 공사 등이 진행되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은 방치된 건물도 공사 중이라 생각할 것"이라며 "흉물도 이런 흉물이 없다. 짧은 기간도 아니고 장시간 방치되고 있는데 구청 등에 민원을 넣어도 사유재산이라 별수 없다는 말뿐이더라"고 말했다.

이명준(27) 씨는 "광주 곳곳에 중단돼 방치된 건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남구의 한 병원 건물은 인터넷에서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이 날 정도지만, 왜 그대로 놔두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며 "도시 미관을 해치는 장기 방치 건물에 대해 지자체가 건물 소유주 등을 만나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방치된 건물을 활용하려는 지자체의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광주시는 건물 소유자인 서남학원으로부터 518 사적지로 알려진 옛 적십자병원 건물을 매입해 역사문화교육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광주 동구 역시 지난 9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면서 건축 중 붕괴돼 11년째 방치 중이었던 다세대연립주택 건물을 복합커뮤니티센터로 활용하기로 했다.

광주 남구는 지난 2013년 화재로 방치된 영화세트 촬영장으로 빛고을공예창작촌으로 재활용하기도 했다. 폐교로 방치됐던 대촌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지난 2016년 전통문화커뮤니티를 개소하기도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장기방치 건축물은 공사 중에 부도가 났거나 건물주와 토지주가 달라 처리 과정에서 논쟁 중인 사안이 많다. 엄연히 주인이 따로 있으므로 10년 이상 장기 방치됐다고 해서 광주시가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분기마다 실태조사를 통해 건물 이해당사자에게 건물 처리 여부에 대해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