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권리 향상됐지만 인권 의식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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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교육청
학생 권리 향상됐지만 인권 의식 '제자리 걸음'
학생인권조례, 어디까지 왔나 광주교육 현주소 ||전국 두 번째… 권리 존중 한몫||인권교육 강화 인식 부족에 한계||“인권옹호관제 자체 역량 키워야”
  • 입력 : 2021. 04.28(수) 15:52
  • 양가람 기자
광주시교육청은 지난 2011년 11월 전국에서 2번째로 '학생인권조례'를 선포했다. 뉴시스
2021년은 광주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 10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의사표현의 자유 등 학생들의 인권 의식 수준이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자율성을 침해하거나 학생 인권에 대한 오해 사례는 여전해 인식 개선 교육은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국 두 번째 제정… 학생 권리 존중

학생인권조례는 광주를 포함해 서울, 경기, 충남, 전북, 제주 등 6개 지자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한 광주는 지난 2011년 10월, 경기도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광주광역시 학생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후 9년 만인 2020년 4월, 전문을 포함 일부 내용이 개정된 '광주광역시 학생인권 조례'가 탄생했다. 개정안에는 집회의 자유, 교내·외 활동 참여권, 혐오 표현 금지, 현장실습 학생과 학생 선수 학습권 보장, 학생 자치권, 인권교육을 받을 권리 등 강화된 규정들이 담겼다.

현재 시교육청은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기당 2시간 이상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추가로 노동인권, 성인지 감수성 향상 등 내용이 담긴 교육자료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급 학교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또 해마다 학교민주인권친화도 실태조사를, 격년마다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해 인권 교육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의사표현의 자유, 소수의견 보호돼

교육 관계자들은 해당 조례가 광주 지역 학생 인권 의식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가 지난 2019년 실시한 '학생인권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예년(2017년)에 비해 의사표현의 자유, 소수자 학생 권리 보호, 권리주장 및 보호 요청 방법 마련, 수업권 보장 등 다방면에서 학생들의 인권 의식이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광주 지역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한 '학교민주인권친화도 실태조사'에서도 교문 검열 및 지도, 징계 중 학습권 보장, 학생 휴게공간 확보 등 지표가 전년보다 안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고병연 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는 "광주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이 삶의 본질임에도 학교 속에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탄생했다. 학생 인권보장을 위한 객관적 지침을 마련해 궁극적으로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면서 "매년 30여개 영역에 대해 민주인권친화도 실태조사를 한다. 10점 만점으로 환산해 8점 이상을 우수하다고 판단하는데, 현재 9점대로 안착돼 상당히 고무적이라 평가한다"고 말했다.

●교복 규제 등 자율성 침해 사례 여전

반면 두발 단속이나 지적, 휴대전화 사용 제한 등 학생들의 자율성 침해 사례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교복 등 복장의 자율성 영역은 실태조사 지표상으로 나아지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부족한 점이 많다. 상당수 학교가 교복자율화를 시행하는 와중에 일부 학교에서 교복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어 학부모들 사이에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 활동가는 "선진적이라 볼 수 있는 광주인권조례에 여전히 교복 제한 조항이 담겼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생활복과 교복을 이중구매 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시교육청은 조례의 교복규제조항을 삭제하고, 학교들은 자율성을 발휘해 교복이든 생활복이든 명료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교사 인식 개선 교육 필요"

교사 대상 인권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조례를 통해 학생들의 인권 의식이 눈에 띄게 향상된 데 비해 교직원들의 인권 의식은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다.

고 장학사는 "지난 2013년부터 실시해 온 교사 대상 인권 교육은 90퍼센트 이상의 높은 이수율을 자랑하지만, 집중도가 높지 못했다"면서 "올해부터는 학교별 민주인권평화동아리 지도교사 대상 시리즈 연수와 관리자 대상 인권아카데미를 계획하고 있다. 교육청이 주도하는 인권교육 대신 단위 학교별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교육의 방향을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광주학생인권조례의 제도적 완결성을 갖추기 위해 학생인권옹호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고 장학사는 제주를 제외하고 조례가 제정된 4개 시도 가운데 광주만 유일하게 학생인권옹호관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인권 정책의 일관성이 담보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고 장학사는 "궁극적으로 '인권 없는 인권'을 구현해 인권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해야 한다"며 "인권을 업무로만 받아들이거나 시혜적 관점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인권이란 단어 대신 공동체성을 살리는 데 집중한다면, 조례 없이도 인권 보장이 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