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 전세계 40개국 지하철 운행…'안전 준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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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 전세계 40개국 지하철 운행…'안전 준수' 필수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33)세계 각국 지하철 풍경
  • 입력 : 2021. 06.21(월) 12:58
  • 편집에디터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로, 땅과 바다, 하늘은 기본적인 3차원 공간이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류는 지하와 해저는 물론 외기권(우주)에도 진출한다. 산업화는 도시 집중을 초래하면서 각종 차량의 대량 보급으로 지상 교통에 고질적인 정체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소책이 바로 지하 차도와 철도다. 지하철의 등장은 신속한 이동 및 시간 준수를 통해 도시인들의 일상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다. 지하철의 원조는 산업혁명의 산파인 영국이다. 런던 지하철은 1863년에 증기기관으로 운행되기 시작했고 1875년 터키 이스탄불에도 지하철이 두 번째로 등장한다. 오늘날 지하철은 버스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공중교통수단이다.



현재 지하철을 운행하는 국가는 남북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0여 국가다. 필자는 과거에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폴란드의 지하철을 이용한 바 있다. 2010년 런던 여행 시에 탑승한 지하철은 상당히 노후한 까닭에 군데군데 대규모 수선을 진행하고 있었다. 2006년 반기문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입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대통령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이해찬 의원과 함께 모스크바 지하철도 이용한 적이 있다. 상당히 깊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어 한참 내려간 것으로 기억한다. 출발 시 지하철의 문이 사전 안내방송도 없이 신속히 닫혀서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냉전 당시 미국과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시민들의 대피호로 사용하기 위해 지하철을 땅속 깊은 곳에 건설했단다. 파리 지하철은 연결노선이 촘촘해 환승이 편리하다. 필자는 파리 연수 시절 거의 매일 이용했다. 파리 지하철은 1900년에 개통돼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지반이 주로 석회층인 파리의 지하에 자연 동굴이 형성된 까닭에 지하철 건설과정이 어렵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에 저항한 프랑스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공격하고 도주한 바 있다. 북한은 1973년에 평양에 지하철을 개통했다. 현재 3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는데 러시아처럼 방공호로 겸용하고자 땅속 깊이 건설했다고 한다.



최초의 서울 지하철은 지금의 1호선 구간이다. 서울역-청량리 구간이 개통된 1974년 8월15일은 마침 광복절이었다. 바로 그날 세종문화회관에서 거행된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발사한 총탄에 육영수 여사가 피격됐다. 한국 지하철은 적시성과 청결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울을 방문한 필자의 외국인 친구들은 지하철 내부가 깔끔하며 일반버스와 환승 시스템이 선진화된 데 대해 찬사를 보낸다. 지하철뿐 아니라, 지하에 조성된 대형 상가도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다. 서울에서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지하철이 최선의 이동수단이다. 핸드폰을 통해 지하철 착발시간은 물론 환승 정보도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한다. 이들은 소위 '지공인(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이다. 지하철 이용 시 기본예절을 지키지 않는 이들도 더러 있다. 기성세대들도 젊은이들 앞에서 언행에 유의해야 한다. 이른 아침 출근길, 피곤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강요하는 장면은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상황 탓인지, 최근 지하철 안내방송이 부쩍 빈번해진 느낌이다.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티켓확인기는 "마스크를 착용하세요"라는 기계음을 자동으로 발신하며 탑승객을 맞이한다. 지하철 내에서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나열하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하철 시스템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과거에는 지하철역에서 추락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아 사회문제로 대두된 적이 있다. 지난 2009년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이후 안전사고가 급감했다.

지하철에 대한 테러공격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5년 3월 일본의 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동경 지하철에 독성 화학무기(신경가스)인 사린을 살포해 13명이 사망했다. 2005년 런던 및 201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지하철 테러로 인명이 살상된 바 있다. 독가스나 방사능 물질을 지하철에 투척할 경우 아비규환적인 상황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하철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이유다. 평상시 범죄예방 및 초동대처를 위한 지하철 보안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하 공간이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무대로 자리 잡은 만큼 지하철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