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소년 노동 교육> 교과서 펴냈지만 활용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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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청소년 노동 교육> 교과서 펴냈지만 활용도 낮아
●광주 청소년 노동 교육, 어디까지 왔나(1)||광주시교육청, 전국 첫 인정교과서 발간||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상식·대응력 높여 ||소수 특성화고만 교재 활용·교사연수 부족
  • 입력 : 2021. 06.23(수) 17:11
  • 양가람 기자

광주지역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노동인권 인정교과서'가 발간된 지 2년이 됐다. 청소년들에게 노동의 가치부터 구체적 권리구제방법을 알려주는 등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인다.

● 노동교육 필요성 대두… 시교육청, 인정교과서 발간

지난해 광주시교육청이 진행한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인권 교육 경험은 모든 연령대 청소년이 직전 조사보다 크게 개선된 41.1%로 확인됐다.

교원 대상 실태조사에서는 노동인권교육 필요성(81.8점), 노동조합의 필요성(76.6점), 정규교육과정 내 노동인권교육 실시 필요(78.2%) 등이 다소 높았다.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를 위한 중점 추진 사항으로는 '다양한 노동인권교육 콘텐츠 개발'(40.7%)을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월28일 광주시교육청이 인정 승인한 '고등학교 노동인권 인정교과서'는 2019년 9월4일 초판 발행됐다. 로스쿨 교수를 포함해 현직 중·고등학교 교사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 노동의 가치부터 권리구제까지 다방면 다뤄

전체 196쪽의 교과서는 △노동과 노동인권 △일할 권리의 보호 △노동자의 권리구제 △노동3권의 보호 △고용차별과 인권보호 등 총 5개의 대단원으로 이뤄졌다.

교과서는 노동의 가치부터 근로시간과 임금, 해고와 산재 등 노동 문제 전반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 관련 법률 상식도 실렸는데, 관련 판례들은 수업시간에 따로 알려 줄계획이다. 현재 홍관희 민주노총 법률원 공인노무사가 판례를 정리해 교과 담당 선생님들과 공유하고 있다.

교과서 집필진으로도 참여한 임동헌 전자공고 교사는 "노동 교육하면 어렵고 딱딱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의 가치를 먼저 알리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노동문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 "실제 한 번이라도 수업을 들은 학생들의 취업장 이동 비율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크게 낮다"고 말했다.

● 타 시도교육청의 모범사례... 후속대응 없어

노동인권 인정교과서 발간으로 광주는 '노동인권' 교과목을 개설해 수업하는 유일한 지역이 됐다. 이같은 노력은 타 시도교육청에도 모범 사례로 소개됐고, 현재 17개 시도교육청 전체가 '찾아가는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의 노동인권 교육은 시작만 일렀을 뿐, 계속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지역 13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노동인권 수업을 받는 학교는 5곳에 불과하다. 현재 전남공고, 전자공고, 동일미래과학고 등 3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선택교과로 '노동인권 교과'를 편성했다. 학생들은 주 1시간 혹은 2시간씩 교과서를 활용해 노동인권 수업을 받고 있다. 광주공고와 자연과학고는 올해 1학년들이 3학년이 되면 노동인권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반면, 특성화고교 수가 43개교로 월등히 많은 전남은 전 학년 학생들이 모두 노동인권 수업을 듣고 있다. 임 교사는 "노동인권 분야에 대한 시교육청의 출발은 좋았다. 다만 제도적, 금전적 지원에 대한 행정적 후속조치는 미흡했다"면서 "지역 특성화고 전체에 노동인권 교과를 개설해 교육해야 한다. 이전부터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은 강조해 왔지만, 자료가 없다고 핑계를 댔다. 교과서가 나온 뒤엔 가르칠 사람이 없다고 핑계댄다. 이젠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에 의존하지 말고, 교육청이 나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는 노동인권 교과목이 개설된 유일한 지역이라, 담당 교사들은 매년 1월 자격연수(최소 450시간 이상) 대신 직무연수(30시간)를 받고 있다. 현재 교사, 노무사, 청소년노동전문강사 등 8명이 모인 광주청소년노동인권연구소에서 노동인권 교과 선생님들을 위한 PPT 등 학습 자료를 개발한다. 교사들은 자격연수에 준할 만큼의 직무연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가 지켜지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지난 2019년 6월1일 '광주시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가 제정됐다. 학생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인식시키고 노동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하고자 제정된 해당 조례는 △광주 지역 모든 학생 대상 노동인권교육 매년 실시 △특성화고교 등 대상 노동인권교육 실시 여부 실태조사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위한 민관협의회 설치·운영 등 내용이 골자다.

조례에 노동인권교육 의무화를 못박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홍관희 민노총 노무사는 "좋은 취지와 내용의 인정교과서가 발간된 만큼, 노동인권교육이 현장에 제대로 정착되려면 교육청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