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향기·박관서> 김현문학축전의 전제조건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문화향기·박관서> 김현문학축전의 전제조건
박관서 시인
  • 입력 : 2021. 09.14(화) 13:06
  • 편집에디터
박관서 시인
코로나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 극점에 변이가 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에타, 람다, 뮤 등으로 불리는 변이바이러스가 형태를 달리하며 나타난다. 혹자들은 진화하는 바이러스의 모습이라고 개탄한다. 변이와 진화는 이리 함부로 동일시하거나 일반화할 일은 아니지만 같은 종류 생물의 사이에서 나타나는 개체 간의 차이를 말하는 변이는 진화를 위해서 선행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글머리에서 이처럼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제 한 달 후에 진행될 올해 김현문학축전과 긴밀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차단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벽 때문이기도 하고, 그 벽의 정점에 변이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년에 김현문학축전을 온라인 비대면 방식이라는, 어쩌면 낮도깨비처럼 어정쩡한 방식과 느낌으로 치르면 올해는 충분히 코로나바이러스를 막아내거나 아니면 백신 등으로 회피하면서라도 제대로 치르겠거니 했었다.

그러한 지점에서 올해 김현문학축전의 주제로 '김현문학의 시원과 염원, 그 뜨거운 상상의 힘을 찾아서'라는 내용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김현문학을 형성한 근거로 시원(始元)과 김현문학이 변이하거나 또는 진화하면서 생성해내어야 할 당위로서 염원(念願)을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시원과 염원 사이를 잇거나 왕래하면서 뜻을 일구는 매개체로서 '뜨거운 상상의 힘'을 전제로 달아보았다.

잘 알다시피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본명이 김광남으로 진도에서 출생, 목포에서 성장했으며 서울 등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의 성장지인 목포에서는 매년 김현문학축전을 통해서 그의 문학적 유지를 기리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사 취지의 맨 앞에는 항상 지역문학 발전을 위해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다. 쉽게 말하면 김현과 그의 문학을 기리되 목포를 비롯한 남도문학과의 접맥을 통해서 새로운 문학적 방향이나 내용을 찾아보려 한다.

그래서 매년 치루는 김현문학축전의 주제와 내용의 구상에 있어서 이러한 전제조건은 그 근본을 이룬다. 작년에 5·18 광주민중항쟁 40주년을 맞아 김현과 5·18이라는 주제로 '무한텍스트로서 5·18'을 호명했고 재작년 '남도문학과 김현문학의 행복한 만남'이라는 주제 설정 등이 그러했다.

따라서 올해는 위와 같은 주제의 설정 아래 '김현문학 콘퍼런스'를 통해서 그의 문학적 근원을 짚어봄과 동시에 남도문학에서 얻고자 하는 현안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하였다. 이는 그동안 진도와 목포에서의 탄생과 성장을 통한 김현의 유소년기 체험을 통한 그의 문학적 근거지에 대한 탐색은 일부 이뤄졌으나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프랑스 문학과의 습합과 발현과정과 조태일, 최하림, 김지하 등 남도문학과 내밀한 연관 관계 등을 짚어본다.

이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과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정직한 자기인식과 문학적 상상력을 매개로 헤쳐나간 김현의 시각으로, 오늘의 남도문학이 처한 문학적 현안인 '전남문학관 건립'이라는 화두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가 한국문학의 도약을 위해서 자신의 문학적 언어의 표현과 내용보다 우선 '산문시대'를 비롯한 각종 문학동인과 문학매체의 창간 같은 한국문학생태계 내의 구도와 기틀에 주목하고 실천했듯이 전남문학관과 같은 광역 공공문학공간은 지역 문학생태계에 충분한 역할과 의미 깊은 내용이 크게 주어지게 마련이다.

현재 목포에서는 십 수억이 투입되는 제1회 목포문학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큰 재원에 더하여 지역과 문학, 박람회라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서로 뭉쳐서 새로운 의미와 가치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결합해 진행되는 올해의 김현문학축전 역시 김현이 보았고 보여줬던 세상에 더하여 우리가 살면서 바라보아야 할 세상의 모습을 융합하여 그려볼 예정이다. 물론 김현으로부터 시굴하여 장착한 뜨거운 상상력의 힘이 그 밑불이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