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전 남녀노소 멋내준 '영암 참빗'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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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군
300년 전 남녀노소 멋내준 '영암 참빗' 아시나요
영암읍 망호마을서 65년째 참빗 제작 이상평씨||현존 참빗 기술자 5명에 그쳐 ||이식우 참빗장 타계후 맥끊겨 ||무형문화재 지정 등 보존 절실
  • 입력 : 2021. 09.15(수) 13:57
  • 조진용 기자

이상평(75)씨가 참빗을 제조하고있다.참빗을 한개 만드는데 평균 3시간이 소요된다.

이상평(75)씨가 참빗에 사용할 빗살을 선별하고있다. 참빗의 빗살은 110개의 빗살을 굵기 1.2㎜로 고르고 부드럽게 다듬어야 완성된다.

1986년 전남무형문화제 15호 이식우(85)씨가 2003년 타계한 이후 이상평(75)씨가 참빗을 만들고있다.현재 이마을에 참빗을 만들 수 있는 주민은 5명 뿐인것으로 파악된다.

이상평(75)씨가 65년째 영암 망호마을에서 제작하고 있는 '참빗'.

영암에 가면 300년 전 조선시대 때부터 명성을 알린 전통제품이 있다. '참빗'이다. 당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정돈할 수있도록 제작된 선진화된 제품으로 평가 받았다. 300년 세월을 간직했던 그 영암 '참빗'의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 플라스틱 신제품 등장과 마지막 참빗 무형문화재가 타계하면서다. 현존 참빗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은 5명이 전부다. 이들 5명 역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아 이분들 마저 돌아가실 경우 참빗 전통의 맥이 끊어질까 우려된다. 하루 빨리 문화재로 지정해 보존작업에 나서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 지역민들 모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영암의 전통 '참빗'

"옛날 조선시대 때부터 영암 망호마을(135가구~300 가구)은 경주 이씨 양반들이 모여 살았는데 농토가 비옥해 가뭄 걱정도 없이 여유로웠어. 그래서일까 동네 주민들은 망호정 인근에 조성된 대나무밭에 모여 참빗을 만드는 게 취미였제"

지난 10일 찾은 영암군 영암읍 망호리 망호정마을. 노란빛의 고개 숙인 벼가 가득한 논두렁 한편에 10여 평 정도의 컨테이너에서 연신 대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한 농민이 눈에 띈다. 65년째 망호마을에서 '참빗'을 만들고 있는 이상평(75)씨다.

이 씨가 만들고 있는 참빗은 일반적인 빗과 다르다. 섬세함과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씨는 "영암산 참대나무를 베어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보관해 겨울철에 쪼갠 다음 딱딱한 껍질 부분만을 정밀한 손기술로 뜯어야 한다. 110개의 빗살을 굵기 1.2㎜로 고르고 부드럽게 다듬어야 한다"며 "다듬은 빗살을 실로 엮고 아교(접착제)를 사용해 등대(손잡이 역할)를 붙이면 참빗이 완성되는데 1개를 만드는데 기본 3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씨는 충청도에 위치한 '목소장'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데로 참빗을 제작해 1개당 1만원씩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300개를 판매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월평균 100여개 정도만 팔려 나가고 있다.

이 씨의 최종 목표는 참빗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는 일이다.

이 씨는 "8살 때부터 참빗을 만드는 동네 어른들을 보며 어깨너머로 제작방법을 터득했기에 애착이 갈 수밖에 없는 물건이다. 때문에 참빗을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며 "참빗의 역사가 끊어지지 않도록 제작기술을 가르쳐 전수자를 양성하는 것이 마지막 꿈이다"고 말했다.

● 한 때 잘 나갔던 '참빗'

조선시대 때부터 일반인들이 애용했던 참빗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중국을 비롯해 일본, 만주, 미국에까지 수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빗의 명성은 1970년대까지 이어져 오면서 전남 무형문화재가 탄생됐다.

참빗의 명성을 이어간데는 빗을 만드는 사람들로 구성된 영암산업조합 결성도 한 몫했다.

이 씨는 "참빗이 해외까지 수출될 수 있었던 데는 망호마을에 모여 살았던 경주 이씨들이 영암진소(참빗) 생산자 단체인 '영암산업조합'을 결성해 원료 공동구입, 판로 확장, 품질향상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1986년 이식우 참빗장이 영암 유일의 전남 무형문화재 15호로 지정됐으나 2003년 사망하면서 참빗장의 대가 끊긴 상황이다"고 말했다.

●참빗 전통 기술 보존 방법 모색을

300여 년의 역사를 간직 한 참빗은 플라스틱 빗의 등장과 헤어스타일 변화, 청결해진 위생상태 등으로 하락세로 접어 들었다. 현재 망호마을에서 참빗을 만들 수 있는 일반인은 5명 남짓 남아 있는 상태다. 전문가와 현지민들은 지자체가 앞장서 현존하는 참빗 제조 기술력을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덕진 광주교육대 교수(문학 박사)는 "2003년 전남 무형문화재로 등록된 이식우씨가 타계한 이후 참빗의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제작 기술을 정확하게 전파하기 위해 이식우 씨의 제자를 찾아야 하고 참빗을 문화재나 특산품 등으로 거듭나게 하는 방안들을 지자체가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72) 망호마을 이장은 "지난 2003년~2004년 군이 참빗을 특산품 형태로 영암을 찾는 외부인들에게 선보인 적이 있다"며 "지자체가 나서서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참빗의 전통을 이어가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암군은 망호마을에서 시작된 '참빗'역사와 실정을 인지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영암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마지막 전남 무형문화재 이식우씨는 9대째 참빗을 만들었던 집안으로 확인된다. 참빗의 제작기술 보존과 전수를 위해 이식우씨의 제자·형제 등을 찾고 있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다"며 "지속적인 탐문과 관광 기념품 제작 등 참빗 전통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들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암문화원은 참빗의 전통을 보존·기록하기 위해 지난 2005~2006년 지역민을 대상으로 참빗 제조 체험 프로그램 추진, 2016년 참빗의 역사를 정리한 '영암 참빗'(신국판, 132쪽)을 발간한 바 있다.

글·사진 = 조진용 기자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