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A씨에게는 이렇게 참으면서 일하는 방법밖에 없을까? A씨의 상황에서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
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A씨가 당한 욕설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A씨가 사실상 보호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은 A씨가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사업주가 자체 조사를 거쳐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괴롭힘 가해자인 사업주가 본인이 한 행위를 조사하고 보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2019년 처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정하고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데에는 큰 의미가 있지만, 괴롭힘 행위를 사업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처리가 공정하지 못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한계를 보였다.
특히 A씨처럼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은 대부분 사용자와 그 친인척으로부터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한계는 명확하다.
이러한 한계점을 반영해 2021년 10월14일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바뀌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신고된 경우에는 객관적으로 사실을 조사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은 누설하지 않고, 이를 다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사용자(친인척 포함)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항목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조금이라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A씨의 경우 사업주에게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신고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관할 고용노동청에 바로 신고를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부분은 A씨가 상시근로자수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을 한다는 사실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상시근로자수 5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적용된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마저도 상시근로자수를 기준으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61.5%인 132만개가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이다. 전체 종사자로 보면 19%에 해당하는 숫자다.
청소년이 많이 일하는 도소매업으로 보면 총 종사자의 37%, 숙박 및 음식업은 47%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조금씩 보인다. 하루빨리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돼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곳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궁금한 점은 무료 상담전화를 이용해 문의할 수 있다. 1588-6546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