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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도화선 된 '교육지표 항거'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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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도화선 된 '교육지표 항거'의 상징

●송기숙 전남대 교수 5일 별세
1978년 전남대 교수 11명 교육헌장 비판
유신정권 항거… 5·18 당시 2차례 옥고·해직
7일 오후 8시까지 광주 무진관서 시민분향소

게재 2021-12-06 17:40:31
전남대민주동우회원과 광주 시민들이 6일 광주 동구 YMCA 무진관에 마련된 고 송기숙 교수 시민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전남대민주동우회원과 광주 시민들이 6일 광주 동구 YMCA 무진관에 마련된 고 송기숙 교수 시민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서슬 퍼런 유신정권 아래 민주화운동 관련 활동을 이어온 '행동하는 지식인' 송기숙 전남대학교 명예교수가 향년 86세로 지난 5일 영면에 들었다.

'행동하는 지식인'이 고인을 지칭하던 말이 된 시점은 유신정권이 활개를 치던 1970년 말 전남대에서 벌어진 교육지표 사건 이후다.

1978년 6월 27일 송 명예교수를 포함한 전남대 11명의 교수들은 유신체제 아래 대학교육을 비판하고 학원 민주화를 요구하며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다.

박정희 정권의 교육 이데올로기였던 '국민교육헌장'은 당시 모든 교과서의 첫머리에 실렸으며, 모든 학생에게 강압적으로 외우게 했다.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스스로 국가 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라는 일부 발췌 내용을 보더라도 '국민교육헌장'은 독재정권과 교육과의 연관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유신정권 교육 이데올로기 아래 대학 내 성행하던 학원사찰, 학생감시 등의 행태를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고인은 국민교육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원래 전국 교수들이 참여하기로 했지만, 이때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송 명예교수를 포함한 전남대 11명의 교수들뿐이었다.

"국민교육헌장은… 망해버린 국가주의 교육사상을 짙게 풍기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외부의 간섭을 배제한 민주적인 교육이 우리의 교육지표라고 외친 11명의 교수들은 곧바로 중앙정보부 전남지부로 연행됐다. 특히 송 명예교수는 긴급조치 9호 위반혐의로 구속됐고 전원이 교수직에서 해직됐다.

광주 대학가는 분노로 가득 찼고 교육지표 사건은 학생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전남대 학생들은 '양심교수 연행에 대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교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시위를 이어갔다. 수많은 학생 역시 구속·연행되거나 정학처분을 받았다.

송 명예교수는 '교육지표사건' 관련 1심 공판에서 "교수들이 보초를 서며 학생들을 감시해야만 했다. 이것이 과연 교수가 할 짓인가?"라고 진술했다. 지식인으로서 침묵할 수 없었던 그는 이때부터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이 됐다.

양심 있는 교수들의 외침은 광주에서 학생운동 세력이 크게 성장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고인은 교육지표 사건으로 해직 후 1년간 수감생활을 이어가면서 소작쟁의를 소재로 한 소설 '암태도'를 집필하기도 했다. 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는 학생수습위원회에서 활동하다 내란죄를 적용받아 1981년 4월까지 복역 후 석방됐다.

특히 송 명예교수는 지난 2014년 '교육지표사건' 관련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정부로부터 받은 형사보상금 중 변호사 수임료를 제외한 7000여만원 전액을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이에 전남대는 2019년 6월 송 명예교수를 제12회 '후광학술상' 수상자로 선정했고 이때도 부상 전액 1000만원을 대학발전기금으로 쾌척했다.

김현영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송 명예교수는 군사정권 엄혹한 시대에 '교육지표 사건'을 통해 교수 양심을 선언하신 분이다"며 "시민사회단체는 참다운 스승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겠다.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 선두에 선 고인이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7일 오후 8시까지 광주YMCA 무진관에서 고 송기숙 교수 시민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