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역보 설치·동바리 철거가 붕괴 주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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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무리한 역보 설치·동바리 철거가 붕괴 주원인"
수사본부, 언론 브리핑서 밝혀 ||수십여톤 역보 설치로 하중 몰려 ||공정 급해서 동바리 서둘러 철거 ||11명 입건…현산 관계자 곧 소환 ||원청 대표 처벌 “아직 물증 없다”
  • 입력 : 2022. 01.25(화) 16:19
  • 양가람 기자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5일째인 25일 오전 구조당국 등이 31층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현대산업개발 신축아파트 붕괴와 관련 광주경찰은 시공 과정에서 충분한 구조 계산없이 설치된 콘크리트 받침대(역보)와 임시 지지대(동바리) 무단 철거를 주된 원인으로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그동안 수색때문에 미뤄왔던 본사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번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25일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동바리(지지대)의 무단 철거와 마구잡이로 설치 된 역보(받침대)의 자체중량을 견디지 못해 건물이 무너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30층 이상이나 120m 높이의 건축물을 건설할 때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시 아래 3개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한다. 콘크리트가 양생되기까지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산 시공지침에도 기재됐다.

하지만 경찰은 사고 발생 전 동바리가 제거된 정황을 포착했다. 지난해 12월26일 36층과 37층의 동바리를 뗐고, 31일에 두개층의 동바리가 하역됐다. 이어 지난 8일에도 38층의 동바리가 떼어져 하역됐다.

경찰은 원청인 현산과 하청업체의 이해관계에 의한 철거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공정에 쫓기는 현산 입장에선 동바리를 떼고 작업하는 것이 유리했다. 하청업체 입장에서도 인력 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며 "최근 '현산 측 지시로 동바리를 뗐다'는 하청업체 측 주장을 확보했다. 붕괴 사고의 주요 원인인 만큼 26일부터 현산 관계자를 출석시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타설작업 일부 공정을 레미콘업체에 재하도급 한 하청업체 관계자 A씨를 재하도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현재까지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자 11명이 입건됐다.

이날 201동 39층 바닥 타설공사 과정에서 무단설치한 역보도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경찰은 하청업체가 원청과의 협의를 거쳐 무근콘크리트로 된 역보 7개를 만들어 시공했는데, 별도 동바리가 없는 상태에서 40~50톤에 달하는 역보의 자중(자체중량)이 건물에 큰 하중을 줬고 이것이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같은 역보는 구조 변경 승인을 거쳐 두께가 35㎝로 바뀐 PIT층(설비층) 천장 슬라브로 인해 동쪽 PIT층 높이가 55~100㎝까지 낮아지면서, 동바리 등 수직 지지대 등이 들어가기 어려워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역보의 무게가 수십톤에 달하면서 건축물에 무리를 줘 연쇄 붕괴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역보를 설치하기 앞서 충분한 구조 계산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해졌다.

역보 자체가 39층 타설 공정 중 수직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깨진 것인지, 역보를 받치고 있던 PIT층 바닥 슬라브가 먼저 무너졌는지에 대해서도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정확한 붕괴 경위를 밝혀야 할 것으로 본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울러 현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관계자들을 소환해 공사 과정 전반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그동안 수사본부는 붕괴 사고 현장 안팎을 가장 잘 아는 현산 관계자들이 수색·구조 작업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소환을 미뤄왔었다.

그러나 수색·구조가 2주를 넘긴데다, 범정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꾸려져 인력·장비가 지원된 만큼 현산 관계자 소환 조사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은 '붕괴 전 미세한 균열이 있었다'는 등 주변 증언들을 근거로 현산 측의 위험관리가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도 살필 예정이다.

광주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현산 관계자 처벌이 가장 큰 숙제"라면서 "신속한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있는 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산 대표 등 임원들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윗선에 보고됐을 것이다라는) 소문만 있을 뿐 물증이 없다. 제보 등을 통해 물증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