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과 산불, 4월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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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식목과 산불, 4월의 두얼굴
이용규 논설실장
  • 입력 : 2022. 04.05(화) 16:40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1998년 개봉된 '파이어스톰 (Fire Storm)'은 미국 삼림소방대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스모크 점퍼(Smoke Jumper)로 불리는 이들은 접근이 쉽지 않은 험악한 지형의 대형 국립공원내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낙하산을 타고 산불이 탄 곳으로 침투한다. 이들은 '파이어스톰'이라는 말 그대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거센 불길과 맞서 싸우는 전사이다. 우리나라 영동지방에서 일어나는 대형 산불의 경우 강력한 파이어스톰이 발생하기도 한다.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때 진화 작업에 참여한 산림 공무원의 수기를 보면 무시무시한 산불의 공포를 실감할 수 있다. 내용을 보면 "불길과 불길이 서로 부딪칠 때 상상할 수 없는 폭음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고, 초속 20m의 바람을 타고 낙하산처럼 이 산, 저 산으로 불이 옮겨갔다. 마치 미사일처럼 200~300m씩 날아가는 불꽃들은 차량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평상시 같으면 1주일 걸려야 번질 거리가 2시간도 채 안 걸렸다"는 글에서 이글거리는 화염의 무시무시함이 느껴진다.

지난달 4일 발생한 경북 울진 산불은 국내에서 최대 피해를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최초 발화지점에서 치솟은 산불이 3시간만에 9.5㎞ 떨어진 울진 원전까지 접근하는 등 총 2만923㏊를 할퀴고 열흘만에 잡혔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단일 지역 산불로는 최장 기간 최대 피해를 남겼다. 전대 미문의 피해 속 금강송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는 것도 또 하나의 눈물겨운 사투였다.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는 1680년 조선시대 숙종때부터 보호되던 금강송 원시림이다. 소광리 일대 3705㏊ 보호림 구역에는 500년 넘은 보호 소나무를 비롯해 200년 이상 금강송 8만5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산림청 화재 진압 요원과 소방 대원, 군인 등의 헌신으로 불길을 차단할 수 있었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다각적으로 나타난다. 우선 토양의 영양물질이 쉽게 소실돼 산림복원이 쉽지 않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와 기후변화도 초래한다. 푸르러진 산림으로 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유무형의 혜택을 받아왔기에 국민들의 정서적 손실이 막대하고 목재와 가축, 임산물 등의 소득 손해 역시 엄청나다. 경북 울진 산불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던진다. 험준 산령에서 산불이 발생했을땐 진화에 접근하기 어렵고, 개인 장비로는 휴대용 분무기가 고작이다. 임도가 속속 뚫린 것도 아니어서 분무기를 메고 화재 현장에 접근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소방 헬기를 비롯한 공중 장비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산불 진화 장비 현대화에 맞춰 한번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산불 피해의 경각심도 갖는 것이 중요할 것같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2011~2020년 산불 발생원인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일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시기가 4월초 부터 중순까지다. 산불 피해액의 89%가 4월에 집중됐다. 산불 원인으로는 입산자 실화가 34%로 가장 많고 논밭두렁 소각 15%, 쓰레기 소각 14%, 담뱃불 실화 5%, 기타 32%였다. 나무심는 행사로 주변이 분주하다. 산에 갈 일 많고 바람많은 4월, 나무 심는 것도 중요하나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함을 깨닫는 요즘이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