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민주 대선 이어 '2연패' 충격… '이재명 책임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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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민주 대선 이어 '2연패' 충격… '이재명 책임론' 확산
‘친문 대 친명’ 계파갈등 극대화 ||새지도부 구성 놓고 갈등 불가피 ||김동연 “‘졌잘싸’… 잘못된 생각”
  • 입력 : 2022. 06.02(목) 17:03
  • 서울=김선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6·1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힌 뒤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시계 제로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 비대위가 총사퇴를 결정한데 이어, 당 내부에선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책임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지방선거 등으로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친명계(친이재명)'와 '친문계(친문재인)' 간 갈등이 새 지도부 구성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입장문을 내 "당 비대위 일동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선거 패배에 대해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킨 뒤 석 달도 안돼 또다시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과 당내 주도권 다툼은 극대화될 조짐이다. 당장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방선거 참패 속에 사실상 홀로 살아남은 것을 두고, 당내에선 '이재명 효과'가 역풍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어 계파 갈등이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가 '이재명 구하기' 아니었냐"며 후보공천 과정의 '설계자들'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선거가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때 돌연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내놓으면서 오영훈 제주지사 후보 등 일부 지역 후보들과 불필요할 마찰을 빚은 것도 논란이다.

친문 진영의 의원들은 대선 패장의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지방선거 패인으로 지적하며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 후보가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인데도 0.73%포인트차의 '졌잘싸'로 포장하고, 보궐선거 선수로 등판하면서 지방선거 전체를 수렁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탓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국민들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일 것인데, 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고 이재명 위원장을 겨냥했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 의원은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지적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전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에서 가장 책임이 큰 분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친명계에선 대선과 지선 패배의 책임을 이재명 위원장에게 씌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친문계와 충돌하는 모습이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들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은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형식은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선 이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상수로 보고 있다. 보궐선거 당선으로 원내 입성 후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전해철·이인영·홍영표 등 이른바 '친문계' 중진 의원들도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당권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계파 갈등으로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8월 말로 예정됐던 전당대회를 한 달 이상 앞당겨 리더십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동시에 이재명 위원장을 향한 대선·지선 패배 책임론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 강하게 분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 일각에서 경기도의 극적인 승리를 두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직접 나서 경고했다. 김 당선인은 "그건 틀린 생각이다. 만약 그 생각을 한다면 (민주당은)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며 "앞으로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서도, 또 그 씨앗으로도 할 수 있는 바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3일 오후 2시 국회의원과 당무위원 연석회의를 열어 비상 지도부 구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