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기고·김철호> 부모에게 자녀 목숨에 대한 권리 없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오피니언

기고·김철호> 부모에게 자녀 목숨에 대한 권리 없다

김철호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1팀장

게재 2022-07-04 13:20:30
김철호 팀장.
김철호 팀장.

결국 모두가 간절히 바랐던 유나양의 무사귀환이 무참히 짓밟혔다.

지난 5월17일 '제주도 한 달 살기' 체험학습을 신청한 뒤 실종된 조유나양 가족이 완도 송곡항 앞바다에서 인양된 차량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유나양의 친부 조 모씨(36)가 지난해 컴퓨터 관련 사업체를 폐업한 후 별다른 경제적 활동 없이 1억원에 달하는 금융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먼저 살해한 후 자살하는 경우가 종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구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자료를 보면 '자녀 살해 후 자살'로 인한 아동 사망자 수는 2019년 25명, 2020년 12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언론보도 내용이나 기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관리 중인 아동들과 관련된 일부 수치일 뿐 집계되지 않은 통계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죽음에 동의하지 않았을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의 결정에 의해 생명권을 박탈당하는 사례를 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일원으로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도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부모에 의한 아동 살해는 아동학대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아야 한다.

1989년 11월 20일 비준된 유엔아동권리협약 제6조에 따르면 '모든 아동이 생명에 관한 고유의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아무리 부모라고 하더라도 마음대로 자녀의 고귀한 생명을 처분할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며, 연령,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은 자신의 인생을 사는 독립적 인격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 체계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형법 상 존속살해, 즉 자식이 부모를 죽였을 때는 형법 제250조(살인·존속살해)에 의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처벌 조항이 있으나 부모가 자식을 죽였을 경우에는 이 법이 적용되기는커녕 오히려 정상참작으로 감형까지 된다.

실제 지난해 5월, 울산지방법원에서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재판이 있었다. 생활고를 겪던 중 자녀를 살해한 후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한 아이의 엄마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명백한 아동학대 범죄이자 살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사 댓글을 보았을 때 '오죽 힘들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온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던 기억이 있다.

일반적인 아동학대 사건 보다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과 자살인지 감수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일반적인 국민들의 인식에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녀를 살해한 후 목숨을 끊는 부모를 가해자로 여기지 않는 부분 또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는 이유이다.

국민 개개인은 아동권리를 실현,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을 한다면 정부 또한 예방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지도 고민하고 적극적 예방 활동을 연구해야 한다.

특히 홀로 남겨진 자녀가 살아가기 힘들 것이라는 그릇된 판단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2월 국내 한 NGO단체에서 정부의 적극적 예방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통해 자살을 계획한 부모가 남겨질 자녀를 책임질 수 없어 살해한다는 생각은 국가의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신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하자면 아동의 안녕과 성장의 책임이 국가에게 있다는 점을 부모들이 체감하지도, 신뢰하지도 못했다는 방증이다.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구절벽 현상이 일어나는 지금이야말로 소중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생명을 지키는데 국가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