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선물은 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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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추석 선물은 쌀로
  • 입력 : 2022. 09.01(목) 16:23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요즘 백화점과 대형마트 식품매장이 가장 북적일 때다.추석 성수기여서다. 코로나19 여파로 불황에 허덕이던 유통업계가 추석 선물 매출 증가로 활기를 띠고 있다는 보도다. 경기 불황과 고물가 탓인지 중저가 실속형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군별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과일 선물세트와 올해 사육두수 증가의 영향으로 가격이 떨어진 한우 선물세트 등이 인기 품목으로 꼽히고 있다.

명절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은 같지만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점에서 일반 선물과는 결이 다르다.60~70년대만 하더라도 백설탕과 폐신문지로 싸준 쇠고기 등이 명절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80~90년대는 샴푸와 치약과 세수 비누 등이 함께 들어있는 생활용품세트와 참치 세트 등이 귀향객들의 손에 자주 들리는 품목이었다.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홍삼 등도 부모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이중 사과와 배 등 과일은 스테디셀러에 가깝다. 차례상에 올리기도 하지만 추석과 수확기가 맞아떨어지는 품목이어서 일게다. 하지만 이들 과일 선물을 하려고 한다면 추석의 시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올해처럼 9월 초순께이면 과일맛이 기대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려 과일 당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원래 과일 당도는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야 높아진다. 이런점에서 추석이 9월 하순이나 10월 초에 끼어있으면 맛좋은 과일을 선물할 수 있다. 재배농들이 이른 추석 대목에 맞춰 출하 시기를 맞추다보면 과일맛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명절 선물을 고르는 일은 말같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가격대와 품목 선택에 고민이 따르기 마련이다.올해 추석은 특별하지는 않지만 전달하는 이의 특별한 뜻을 전달할 수 있는 '개념 선물'을 하면 어떨까. 쌀 추석선물말이다.쌀값이 폭락하고 있어서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삭발을 하면서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어서다. 국내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일 20㎏ 기준 4만2522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5만5630원에 비해 23.5% 급락했다. 지난달말 기준 쌀 재고량은 48만6000t으로 지난해보다 70% 가량 늘었고 올 햅쌀이 나올 경우 가격의 추가 폭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농민들은 "기름값, 비룟값, 농약값, 인건비, 대출이자 등 모두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유일하게 농민들의 목숨값인 쌀값만 끝없이 폭락하고 있다"면서 울분을 토하고 있다.

한국인의 오랜 식량이었던 쌀은 식생활 변화에 따라 소비가 급감하고 자유무역주의체제 편입에 따른 수입쌀 확대 등으로 인해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는 중이다. 정부가 가격을 지지해주지 않으면 농업인들이 더 이상 쌀농사를 지을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쌀은 농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명과도 같은 존재다. 밥을 짓기 위해 쌀을 물에 씻으면 하얀 쌀뜨물이 나온다. 색깔이 마치 갓난 아이가 먹는 모유 색깔과 똑같다. 쌀 산업을 생명산업이라고 하는 이유일 것이다. 거창하게 식량 주권이니 , 식량 안보 확보라는 말을 거론하지 않고서도 소중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 그래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쌀값 안정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