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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행불자 가족 "42년간 전국 찾아 헤맨 恨 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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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5·18 행불자 가족 "42년간 전국 찾아 헤맨 恨 풀까"

● 광주교도소 암매장 사실로
공식 인정 행불자 76명 중 1명
“신원 확인 소식에 희망 생겨요”
가족 380여명 혈액 채취 ‘기다림’
조사위 “더 많은 DNA 정보 대조”

게재 2022-09-26 17:33:51
2020년 1월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경비교육대 건물 뒷편에서 5·18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지 5차 발굴 조사에 앞서 관계자들이 개토제를 갖고 있다. 나건호 기자
2020년 1월 광주 북구 옛 광주교도소 경비교육대 건물 뒷편에서 5·18민주화운동 암매장 추정지 5차 발굴 조사에 앞서 관계자들이 개토제를 갖고 있다. 나건호 기자

"유골이 나왔다 하면 찾아가고 데모하려고 서울 쫓아가고 얼마나 한스러운 세월이요. 생각만 해도 기가 막혀서 속부터 뒤집히는디… 지금이라도 찾았다 한께 참으로 희망이 생기제."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1구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1명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에 행방불명자 가족들의 표정은 더욱 간절해졌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또 다른 유골 2구 역시 5·18 행불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하면서 5·18 행불자 가족들은 '혹시나'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더욱 키우는 모습이었다.

5·18 당시 가깝게 지내던 시아버지의 남동생 이철우 씨와 연락이 끊긴 강정심(68·여) 씨는 "직장생활하는 남편 대신, 자식이 없는 작은 시아버지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 어디서 유골이 나왔다 하면 몇 박 며칠을 현장에서 지새고, 행불자 인정 시켜달라고 국회고 청와대고 가서 그 나이에 데모했다"며 "행불자 가족들이 무지 고생했다. 그런데도 40년동안 신원을 찾았다는 성과가 없으니깐, 얼마나 한스러운 세월에 질리고 지쳤겠나. 지금이라도 희망이 보여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남진현 씨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늦둥이 10살 막내동생을 잃어버렸다. 동생 남현규 군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80년 5월22일 아침. 이후 "전남도청 앞에서 동생이 군용트럭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봤다"는 아버지 친구의 말이 동생의 마지막 행적이다.

어디에선가 시신·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남씨와 아버지는 함께 동생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아버지는 눈을 감는 마지막까지 "동생을 꼭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동생 소식을 접할 수 없었고 미루고 미뤘던 행불자 보상 신청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지막 7차 보상이 진행됐던 2015년 남현규 군은 5·18 행불자로 인정됐다.

남씨는 "유골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행불자 가족들이 평생 전전긍긍했다"며 "10년 전 행불자 가족 380여 명이 언제 어디서 유골이 나올지 모르니깐, 채혈을 다 해놨다. 유골이 나올 때마다 당했던 희망고문이 이번에 좀 성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8 행불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이창현(당시 7살) 군의 누나 이선영 씨는 "끝내 동생 소식을 못 듣고 최근에 아버지가 눈을 감았다.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많았는데, 이번처럼 유전자(DNA)가 확인됐다는 소식은 처음이라 아버지가 가실 때 힘을 보태주셨나 생각도 든다"며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중에서 어린아이 것도 있다고 들었는데, 희망이 보인다. 다른 가족들도 꼭 행불자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0년부터 2015년까지 가족들이 보상을 신청한 행불자는 448명(중복 포함)이다. 2015년 7차 보상까지 신청자 448명 중 보상금 지급이 이뤄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5·18 행불자는 85명이다. 2012년 5·18국립민주묘지의 무명열사 묘 11개 중 6개에서 신원이 확인됐고, 조사위 출범 이후 무명열사 묘 3개에서 추가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로써 5·18 행불자는 76명이 남아있다.

앞서 2019년 12월20일 광주 북구 각화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무연고자묘지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이 다량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이를 조사한 결과, 총 262구의 서로 다른 유골을 확인했고 지난 6월 분석이 가능한 160구의 DNA 정보를 조사위에 이관했다.

조사위는 부모, 형제 및 방계(삼촌·조카)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법(SNP)으로 행불자 DNA 정보 대조 조사에 착수했다. 이 결과 유골 1구가 정부가 공식 인정한 5·18 행불자 가운데 아직 신원을 찾지 못한 76명 중 1명으로 확인되고 있다.

조사위는 SNP 기법으로 행불자와 DNA 정보가 일치한 유골 1구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적인 검사 방식인 STR(부모·형제 간 DNA 비교) 기법으로도 확인 작업을 거쳐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위 측은 "더 많은 행불자 가족과 DNA 정보를 대조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 행불자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