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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물품에 잠금장치가"… 온라인 거래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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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중고물품에 잠금장치가"… 온라인 거래의 그늘

“거래 후 묵묵부답, 해결 방안 없어”
광주·전남 5년간 사기 피해 2만 건
경찰 “너무 싼 제품 의심해봐야”
전문가 “피해자 구제 제도 필요”

게재 2022-10-05 17:08:02
최근 5년간 광주·전남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 현황. 그래픽 서여운
최근 5년간 광주·전남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 현황. 그래픽 서여운

"어이가 없죠. 매매 플랫폼을 이용했는데도 사기를 당한 겁니다. 중고 거래 사기가 남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정말 착잡했습니다."

광주 남구 봉선동 인근에서 만난 김건세(27)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컴퓨터를 구매했다가 해당 물품에 잠금장치가 걸려있는 등 곤욕을 치렀다.

김씨에 따르면, 그가 구매한 컴퓨터는 같은 사양 대비 저렴하게 판매됐다. 이 탓에 김씨는 해당 판매글을 보자마자 곧장 구매를 예약했다. 거래 과정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판매자가 먼저 직거래 위치와 시간 등을 전달했고 마침 나갈 일이 있던 김씨는 재빠르게 거래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 판매자와의 연락은 두절됐다.

그는 컴퓨터에 걸려 있는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전문 업체에서 포맷 등을 통해 잠금을 풀었으나, 그가 구매한 컴퓨터는 게시글에 명시된 사양보다 낮은 등급의 장비들로 구성돼 있었다.

김씨는 "이제껏 중고 거래를 굉장히 자주 해왔고 이번 거래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거기다 중고 거래 어플리케이션까지 쓰고 있다 보니 '사기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며 "집에 와서 컴퓨터를 연결해 보니 대뜸 '윈도우 비밀번호'를 치라는 잠금장치 안내가 나왔다. 처음에는 '중고 물품이니…'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이후부터 판매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때 사기를 직감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해당 플랫폼에 사기 신고를 넣었더니 '수사 기관의 협조 요청이 없다면 판매자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경찰에 문의해 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이버 사기로 신고를 문의하니 '직접 만나 거래한 경우는 이곳에서 수사 진행이 어렵다'며 사건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건세 씨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중고거래로 컴퓨터를 구매한 뒤, 판매자에게 '잠금장치를 풀어 달라' 요청했지만 답변 등이 없어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독자 제공
김건세 씨는 지난달 24일 온라인 중고거래로 컴퓨터를 구매한 뒤, 판매자에게 '잠금장치를 풀어 달라' 요청했지만 답변 등이 없어 관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독자 제공

온라인 중고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관련 사기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도적 보호 장치가 전무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경찰청 등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개인간 거래로 인한 사기 피해는 8만4107건으로 피해 금액만 2573억원에 달한다. 특히 2017년 피해금액이 175억원임을 감안하면, 5년 새에 14.7배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광주·전남도 마찬가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온라인 직거래 사기 통계는 광주 1만3089건·전남 1만2786건이다.

연도별로는 △2017년 광주 2129건·전남 1921건 △2018년 2304건·2184건 △2019년 3194건·2260건 △2020년 3227건·3699건 △2021년 2235건·2722건으로 나타났다.

명백한 사기지만 현행법상 온라인 직거래는 개인 간 거래로 사적 계약 형식을 띠고 있어, 피해를 구제받기 어렵다. 유일한 방법은 민사소송뿐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몸캠피싱 등과 같이 '계좌 지급정지' 조차 즉각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 지난해 계좌 지급정지 기준을 넓히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발의 됐으나,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광산경찰 사이버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온라인 중고 거래 사기로 인한 문의가 꽤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매자가 익명성을 띠고 있거나 피의자 측에서 돈을 써버리는 경우가 많아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며 "가장 큰 대안은 '예방'이다. 너무 싼 제품은 의심을 하는 등 다각도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고 거래 시장의 급격한 성장·활성화된 온라인 직거래의 특성에 맞춰 그에 따른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지역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고 거래의 경우, 직거래라 하더라도 대부분 플랫폼 대화 메신저를 통해 만나기 때문에 익명성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제품 상태 확인이 어려운 경우도 꽤 많다"며 "스스로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으로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절실하다. 금융·수사당국에서 이와 관련한 법령 개정 또는 매뉴얼 제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