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이 주도하는 '채식 열풍'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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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광주, 시민이 주도하는 '채식 열풍' 뜨겁다
지속발전협·예술약방 ‘요리수업’||시민단체 11월 핵심의제로 선정||비건 베이커리·식당도 인기몰이||“동물보호·환경파괴 최소화 실천”
  • 입력 : 2022. 11.14(월) 16:34
  • 도선인 기자
지난 10일 광주 동구 산수동에서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예술약방이 마련한 비건식 요리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동물복지와 기후환경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채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광주에서도 비건 열풍이 불고 있다. 우유·계란 등을 사용하지 않는 비건 베이커리, 채식 메뉴를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식당이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시민들은 비건 관련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목조건물에서 요리수업이 진행됐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고기, 화학조미료, 가공식품, 플라스틱 그릇, 합성 소재의 행주·앞치마 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치유 중심의 예술콘텐츠 제작업체 예술약방은 3회차에 걸쳐 시민 참여 프로그램 '비건 마리아주'를 진행하고 있다. 1회차 비건식 요리수업은 푸드 디렉팅 업체 킨포크라이프의 박연화 대표가 직접 강사로 나섰다.

요리수업 메뉴는 비건샤브샐러드, 감태두부채소김밥, 유자소스를 곁들인 연근샐러드다. 다양한 색감의 자연 고유 식재료가 눈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또 공장식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배출을 지양하기 위해 가공식품,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동물의 노동력이 들어간 꿀, 우유, 달걀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 또한 원칙이다.

재료뿐 아니라 조리 과정에서도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했다. 참여자들은 썩는 재질의 목화솜으로 만든 행주와 앞치마를 사용했으며 넓적한 연꽃잎은 설거지가 필요 없는 플레이팅 그릇이 됐다.

이날 요리수업을 받은 박향숙(49·여)씨는 "도시 텃밭을 가꾼 지 꽤 됐다. 수확량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색다른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며 "요즘은 엄마들 사이에서 비건식에 관심이 많다. 나 또한 완벽한 비건을 위해 텃밭을 가꿀 때도 비닐, 농약 등을 안 쓰고 달걀 껍데기를 퇴비로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옵션으로 채식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식당, 오월밥집을 운영하는 김현승(41)씨는 "환경 보호, 기후 위기 측면에서 채식의 중요성을 체감해가고 있다"며 "오늘 여러 비건 레시피를 배워보니, 새로운 채식메뉴 개발에 욕심이 생긴다. 몸에 좋을 뿐 아니라 맛도 있고 색감도 예뻐 전혀 거부감이 없다"고 말했다.

박연화 킨포크라이프 대표는 "넓은 개념에서 비건은 단순히 채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 그대로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목화솜으로 만든 행주, 앞치마 사용 등 작은 행동 하나하나 비건 생활을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 시민단체 100여곳이 모여 만든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은 11월 핵심의제를 '채식'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 단체에 속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하루 한끼 이상 채식 △공공기관 등에서 채식 프로그램 마련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지역농산물 이용 등의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채식 메뉴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베이커리, 식당도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 중이다. 동구 충장로에 있는 베이커리 '빵과장미'는 동물성 원료 사용을 자제하고 제품을 개별포장하지 않는다.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광산구에 있는 광주에서 가장 유명한 제로웨이스트 숍 카페이공은 음료제품을 만들 때 우유 대신 두유를 사용한다.

남구 주월동에 있는 해뜨는집은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이미 단골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채식 관련 애플리케이션 '채식한끼'에 따르면, 광주·전남 채식 식당은 60여개에 이른다.

임혜정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요즘 트렌드는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비건 생활방식이 각광받고 있다"며 "비건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개념을 넘어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행동의 실천이다. 고기와 가공 음식 섭취를 줄이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환경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식 축산은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지고 우유, 꿀 등의 가공식품은 동물의 생활반경을 훼손한다. 화학조미료 등도 여러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기업과 정부는 비건식 제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