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대부업체 일당이 은행 ATM기에서 이자를 인출하는 모습. 동부경찰 제공 |
이들은 상환 과정에서 계좌이체 기록이 남지 않도록 채무자 통장에서 직접 현금을 인출했으며, 이 또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신분을 감추는 치밀함을 보였다.
광주 동부경찰은 29일 무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이자를 법정 이자율보다 높게 책정해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를 협박해 빚 독촉을 한 혐의(대부업법 위반·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40)씨를 구속하고 일당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한 인터넷 대출 직거래 사이트에 광고 글을 올려 급한 돈이 필요한 사람을 모집, 채무자 3명에게 법에서 정한 이자율(최고 연 24%)보다 높은 이자를 책정해 돈을 빌려준 뒤 상환하지 못한 채무자를 협박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돈이 필요한 자영업자와 회사원에게 원금의 30%를 선이자 명목으로 떼고 빌려준 뒤 매달 임의로 이자율을 계산·적용해 상환을 독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채무자는 '원금 335만원, 변제시까지 월 이자 70만~2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최고 연 899% 상당의 이자를 뜯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들을 지역 내 카페 등지로 불러 대출 약정서를 작성했으며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서류 작성 후 사본도 주지않고 바로 회수했다. 또 이 자리에서 "내가 뭘 보고 당신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겠느냐"며 '담보' 명목으로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전부 건네받아 협박을 하는 데 이용했다.
A씨 일당은 이자 상환이 늦어지는 채무자들에게 '당신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가만두지 않겠다', '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 '서울에 있는 폭력배들을 풀어서 당신 집으로 보내겠다'는 등 매주 협박 전화를 하며 빚 독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계좌이체 기록이 남지 않도록 채무자에게 본인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게 하고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돈을 인출하는 수법을 썼다. 또 신분을 감추기 위해 미리 고용한 아르바이트를 시켜 은행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해 오도록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지난 3월 피해 채무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은행 1~2개 지점에서 반복적으로 인출이 이뤄진 사실을 파악하고 잠복 수사를 하던 중 인출책을 붙잡았다. 경찰은 인출책으로부터 일당에 대한 정보를 알아냈으며 A씨 일당이 사용한 차량 등을 압수수색해 대출 약정서 등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A씨 일당은 불법 대부업으로 입건된 전과는 없지만, 과거 관련 업계에 종사하며 범죄 수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입수한 채무자 명단을 통해 A씨 일당에 의한 불법 대부업 피해자가 120여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A씨 등에 대해 여죄를 조사 중이며, 이와 함께 광주지역 내 불법 대부업 조직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황영 동부경찰서 지능팀장은 "급전을 빌릴 때는 반드시 등록된 대부업체인지 확인해야 하며 대출 약정서를 작성할 때도 법정 이자율인 연 최고 24%를 지키고 있는지 봐야 한다"면서 "이를 위반해 이자를 받거나 협박 등 불법 추심이 있을 경우 경찰 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광주경찰은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불법 대부업 특별단속을 통해 '미등록 영업·이자율 위반'으로 17건 23명을 적발했다.
김정대 기자 jd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