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맞나?"… 윤장현 전 시장 이번엔 취업청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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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보이스 피싱 맞나?"… 윤장현 전 시장 이번엔 취업청탁까지
경찰, '윤 전시장이 사기범 자녀들 취업 의뢰' 정황 수사||시 산하기관과 광주 소재 학교에 실제 취직한 사실 확인
  • 입력 : 2018. 12.03(월) 19:09
  • 김정대 기자
윤장현 전 시장.
"이쯤되면 보이스피싱 피해자인지 조차 헷갈린다"(광주시민 A씨)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40대 여성에게 보이스피싱을 당해 4억5000만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이 여성으로부터 자녀들을 취업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실제로 이를 행한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윤 전 시장이 국내에 없음에도 불구속 입건했다.

3일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날 윤 전 광주시장을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전 시장은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범 김모(49·여)씨의 청탁을 받고 김씨의 두 자녀를 광주시 산하 공기업과 광주 소재 모 사립학교에 취업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 자신을 권양숙 여사라고 속인 채 윤 전 시장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여 4차례에 걸쳐 4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씨와 윤 전 시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자녀의 취업을 청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놀라운 것은 실제로 취업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씨의 20대 후반인 아들 B씨가 광주시 산하 공기업에 임시직으로 채용돼 근무한 것이다. 이미 경찰은 지난달 30일 해당 공기업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경찰과 해당 공기업에 의하면 B씨는 윤 전 시장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직후인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약 7개월 간 단기 계약직으로 근무했다.

B씨가 근무했던 부서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TF조직으로, 그는 함께 입사한 7~8명의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서류 전형 및 면접을 거치는 등 절차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해당 공기업 관계자는 전했다.

또 윤 전 시장은 김씨의 딸인 C씨가 광주 소재 모 사립학교에 취업하는 데도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 또한 보이스피싱 사기가 이뤄지고난 이후에 해당 학교에 채용됐다.

이처럼 4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송금한 데 이어 사기범의 자녀 취업 청탁까지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보이스피싱이 아니라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어찌보면 금방 들통 날수 있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무슨 배짱으로 자녀 취업까지 청탁할 수 있나'와 '전 영부인이 취업청탁을 했다는 것에 대해 왜 일말의 의심도 안했을까'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일단 경찰은 억측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 전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보니 권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게 쉽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자녀 취업 청탁 정황은 사실로 확인됐지만, 실제 채용 과정에서 윤 시장이 압력을 행사하거나 대가를 받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는지는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윤 전 시장에게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출석할 것으로 요청한 상태다. 김씨에게 거액의 돈을 건넨 행위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이나 경선 등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앞서 윤 전 시장은 검찰로부터 지난달 30일 피해자로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해외봉사활동으로 네팔에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에 검찰은 윤 전 시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오는 5일까지 출석하라고 2차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