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와 SNS에 먹방(먹는 방송)이 대세다.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며 소개하거나 직접 먹어본 음식을 촬영해 올리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쏟아내는 명언을 '먹방먹언' 즉 '먹언'이라 한다.
예를들면 이런 말들이다. 한 개그맨이 친구와 탕수육을 앞에 놓고 설전을 펼치고 있다. 그 친구가 "넌 찍먹(찍어먹기)이야 부먹(부어먹기)이야"라고 묻자 이 개그맨은 답한다. "그런 고민할 시간에 빨리 먹어라"
몸집이 그보다 더 큰 개그맨도 먹언을 남겼다. "이 세상에 이해가 안가는 게 딱 하나 있다. 한 젓가락이면 끝나는 짜장면을 왜 굳이 보통과 곱배기로 나누는 지 알수가 없다"
가히 먹보들의 스케일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한 공영방송 프로그램에 먹언의 진수가 뭔지를 보여주는 자매가 등장해 연일 화제다. 트로트 가수 홍진영과 그의 언니 홍선영이 그들. 시종일관 왁자지껄 하고 흥과 카리스마 넘치는 두 자매의 모습은 첫 등장부터 시청자들을 휘어 잡았다.
광주출신이다 보니 여과되지 않는 사투리마저도 정겹고 구수하다. 동생 홍진영이 배달 온 음식을 앞에 놓고 먹성좋게 먹고 있는 언니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언니는 눈치챈 듯 "사람이 뚱뚱하다고 죽는건 아냐"라고 말해 폭소를 터트리게 했다.
고기 한 입에 콜라 한 입을 머금자 그만 먹으라고 닥달한다. 그러자 언니의 먹언이 이어진다. "탄산은 숨쉬라고 먹는 거야. 탄산 안먹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오히려 동생을 타박했다. 다이어트로 화제가 넘어가자 "다 아는 맛이기는 하지만 그 맛을 알기에 못 끊는 것이야"라고 먹언을 남겼다. "먹는 표정을 보면 그 맛을 알 수있다"는 달인에 오른 자만이 알 수있는 말을 이어나갔다.
먹어보지 않고 알수 없는, 전문용어로 '죽어도 모르는' 말들이다. 자매는 어쩌면 '맛잇게 먹으면 살 안찐다'는 음식철학을 신봉하는 듯하다. 언니는 다이어트를 하겠노라고 다짐한 바있다.
"언니 언제 다이어트 시작할거야?" "1월1일부터?" 그 때는 두어 달 남은 시점이라 쉽게 얘기했을까. 어느덧 새해가 1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흥자매 언니의 다이어트와 그들 자매의 먹언이 기다려진다.

박간재 경제문체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