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모기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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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모기의 경고
최권범 취재1부 선임부장
  • 입력 : 2025. 06.23(월) 16:04
최권범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다. 무더위에 지친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고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청객, 바로 모기다. 고온다습한 장마철엔 더 극성이다. 하룻밤 새 모기 한 마리에 온 가족이 뒤척이고, 극도의 가려움을 유발하는 흡혈 자국을 보면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모기는 해충 중에서도 아주 작은 미물에 속하지만 인류의 역사에 깊숙이 개입해온 ‘무서운’ 존재다. 단순히 여름철마다 찾아와 불편을 끼치는 해충을 뛰어 넘어 인류의 문명과 전쟁의 그림자 속에 모기는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고대 로마가 번성하던 시기엔 지리적 특성상 습지가 많은 탓에 모기떼로 말라리아가 창궐해 강성했던 도시들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또 1800년대 수에즈 운하 건설에 성공한 프랑스가 파나마 운하 건설에 도전했다가 포기한 것도 모기때문이었다. 뎅기열과 황열병 등 열대성 전염병으로 무려 인부 2만2000여명이 사망하자 공사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 공사를 이어받은 미국은 모기 퇴치부터 나서야 했다. 우리 역사에도 모기는 꽤 자주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여름 궁궐에서 신하들에게 ‘모기 훈증’을 지시한 기록이 있고, 조선 중기 ‘동의보감’에는 모기 퇴치법으로 ‘계피 가루를 태우라’는 처방이 실려 있다. 조선의 여름 밤도 지금과 방식은 다르지만 모기향을 피워가며 잠을 청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모기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다. 일본뇌염, 지카바이러스 등 치명적인 전염병의 매개체이자, 기후변화 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실시간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광주보건환경연구원은 올해 5월 첫째 주부터 6월 첫째 주까지 광주지역 도심에서 채집한 모기를 분석한 결과, 6월 첫째주에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37마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5월 주간 평균 10.9마리보다 3.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 모기가 예년에 비해 더 번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기 개체 수의 급증은 우연이 아니다. 짧아진 겨울과 길어진 여름, 극한의 폭염, 예측할 수 없는 집중호우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모기 출현 시기를 앞당기고 개체 수를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모기는 이제 단순히 퇴치해야 할 존재만은 아닐지 모른다. 오랜 인류 문명의 역사 속에 끝까지 살아남아 인간을 괴롭히는 이 작은 해충은 우리에게 기후변화 위기와 인류 생존의 문제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