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과 러다이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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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4차 산업과 러다이트 운동
  • 입력 : 2019. 01.28(월) 16:11
  • 최동환 기자
1810년대 산업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영국 직물 공장들에 기계들이 들어섰다. 노동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계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을 벌였다. 정체 불명의 지도자 N.러드라는 인물이 주도했다고 해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으로 불린다.

러다이트 운동은 이후 꾸준히 일어났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일자리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고 인간은 이에 저항한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선이 발명돼 출항했을 때 해당 구간을 운영하던 뱃사공 길드가 배에 올라타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다. 15세기 독일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활자는 유럽 전역으로 퍼졌지만 인쇄를 금지했던 오스만튀르크는 18세기 들어서야 받아들였다. 인쇄술로 인해 기득권층 이익에 반하는 사상이 퍼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러시아와 합스부르크 제국은 '철도'의 보급을 막았다.

이 같은 저항은 21세기에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2014년 6월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발생한 택시 기사들의 동맹파업과 폭력시위가 대표적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우버'로 대변되는 신기술 플랫폼 등장으로 기존 택시 기사들이 일자리와 수입 감소를 우려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사람들은 이 파업을 '신러다이트 운동(Neo Luddite)'이라고 불렀다.

카카오의 출퇴근 시간대 카풀 서비스를 두고 한국 택시 업계의 반발도 러다이트 운동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러다이트 운동에도 신기술은 살아남았다. 신기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변화였고, 노동자들은 시대 변화를 막을 수 없었다. 노동자들은 신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으로 우려했지만, 실제로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났다.

4차 산업혁명시대다. 전기차, 자율주행, 공유경제 등의 기술 혁신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기술 혁신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다. 택시 업계가 카풀이라는 새로운 혁신에 반발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풀은 결국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중단됐지만 언젠가는 현실화될 것이다. 이제는 정부도 택시 노동자도 이에 대한 대비 전략을 세워야 한다. 택시노동자는 전업 등의 대비책을 세워야 하고 정부는 갈등과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