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600명은 헛소리… 단 한명도 못잡은 軍 전부 직무유기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518
"북한군 600명은 헛소리… 단 한명도 못잡은 軍 전부 직무유기냐"
▣ 5·18 투입 계엄군이 말하는 ‘북한군 개입설’||북한 침투했다면 계엄군 사상자 속출했을 것||합동신문소 운영하며 봉쇄 검문 불구 미발견||공비 소탕작전 간다더니 평범한 시민 진압해||도청 독침사건 전말은 서의남 대공과장 작품
  • 입력 : 2019. 02.24(일) 19:24
  • 이한나 기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5.18 북한 특수부대 파견, 왜 거짓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한 토론회에서 '80년 5·18 당시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어이없는 발언에 전국적으로 분노가 들끓고 있다. 5·18의 실질적 책임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조차 '금시초문'이라고 말한 북한군 개입설을 2019년 제1야당이 꺼내 든 것이다.



 그렇다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됐던 계엄군들은 '북한군 개입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본보가 접촉한 계엄군들은 '북한군 개입설'은 "실체 없는 헛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광주 진압을 하며 북한군이나 간첩을 본 적이 없고, 오히려 신군부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 북한군과 전투·간첩 색출도 없어



 신순용(71)씨는 "'북한군 개입설'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신씨는 3공수여단 11대대 지역대장으로 80년 5월 광주에 왔던 사람이다.



 그는 "광주 시위대가 총기를 들고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군인들을 향해 총을 쏜 것이 아니다. 30여명 군인이 피해를 입었는데 대부분 아군끼리 오인 사격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북한 공작원이었다면 군인들이 백발백중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합동신문소를 운영하며 봉쇄 작전을 펼쳤던 일을 언급하며 '북한군 개입설'에 반박하는 논리를 펼쳤다.



 신씨는 "시민들이 광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전부 다 조사했지만 북한 공작원을 잡은 군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며 "그럼에도 지만원씨 주장대로 600명이나 침투했다면, 그때 조사했던 사람들은 전부다 직무유기에 사형감이다. 광주에 있지도 않았던 지씨가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신군부는)광주에 가기 전 몇 개월 전부터 군 부대 내에서 내란음모설, 북한침투설 등을 교육하며 적개심을 갖게 했다. 김대중 세력과 북한군이 야합해서 폭동을 일으켰다는 식이었다"며 "5·18을 안보 프레임으로 묶은 것이다. 집권을 위해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 공비 소탕하러 간댔는데 광주였다



 광주에 북한군은 없었지만 북한군에 대한 위협은 끊임없이 세뇌됐다. 11공수여단 소속이었던 이경남(63) 목사는 80년 5월18일 저녁 갑작스럽게 떨어진 출동 명령과 광주로 향하는 열차에서 소대장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전했다.



 이 목사는 "당시 사병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열차에 올라탔다. 소대장에게 물어보니 제주도에 북한군 게릴라가 대거 침투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달한 곳은 제주가 아니었다. 전남의 한 도시 광주에서 폭도를 진압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작전지가 제주가 아니라는 사실, 대상이 평범한 광주시민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폭력은 무차별하게 자행됐다.



 더욱이 지속적인 '정신교육'은 계엄군이 광주시민들을 '불순분자'로 인식토록 했다. 모든 것은 집권을 위한 신군부의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이 목사는 "(박정희 사망으로 인해)국가 수장이 공백상태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북한의 위협이 있다. 사회 안정이 필요한데 시위하는 건 불순분자들의 행위다. 강력한 군 지도자가 박정희 통치를 이어받아야 된다"는 식의 교육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 목사는 "한 시민이 계엄군더러 '당신들 공산군이냐', '6·25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외치던 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 간첩 논란 도청 독침사건도 조작



 신군부는 아예 광주에 있지도 않은 북한 간첩을 창조해냈다. 이른바 '전남도청 독침사건' 얘기다. 505보안부대 전 수사관(전남북 비상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국보위 특수부 부장) 허장환(71)씨는 이미 1988년 양심선언을 통해 이 같은 신군부의 공작을 폭로했다.

 당시 전남대 병원 인턴 등 증언자들은 5월25일 내지는 26일 자신을 시민군으로 소개하는 한 젊은 남성이 독침을 맞았다며 병원을 찾은 것으로 기억했다. 전남도청 화장실을 가는데 누군가 쏜 독침을 맞았다는 것이 개요다. 발진 등 특이한 증세는 없었지만 마구 악을 질러댔다. 그 후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시민군들이 병원을 찾았을 때 이 남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후 시민군에 북한군이 섞여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청이 평정되고 난 후 허씨는 독침사건의 어처구니 없는 전말을 알게 된다. 당시 시민군은 물론 505보안대 수사관들까지 떠들썩하게 했던 독침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해 서의남 대공과장이 신병보호를 지시하면서다.



 허씨는 "(당사자가)주머니에서 독침이라는 것을 꺼내 보였는데 볼펜 대에 나무를 박고 끝에 바느질하는 바늘을 꽃아 만든 조잡스런 독침이었다"며 "그들은 말하자면 서 과장이 시민군에 침투시킨 '프락치'였던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지만원씨를 비롯해 일부 극우세력이 주장하는 '북한군 600명 광주 투입설'은 터무니 없고 미치광이 같은 소리"라며 "북한 개입을 역설해 민주화운동 자체를 희석시키기 위한 고도화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이한나 기자 hannah.lee@jnilbo.com